재활용품 이용 주택 속속 등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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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국내에서도 재활용품을 이용한 주택들이 하나 둘씩 선보이고 있다. 이 주택들에는 철근.한옥에 사용된 나무(古木材)와 같은 폐건자재로부터 TV.자동차부품에 이르기까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품목의 재활용품이 사용된다.재활용품을 수집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공사도 수작업에 의존하다보니 공기 가 길어져 공사비는 벽돌로 짓는 집보다 훨씬 많이 든다.
재활용주택을 짓는 사람도 보통사람은 드물고 작가와 같은 창의력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한정되고 있다.외국에선 도시 또는 교외에서 자주 눈에 띄는 건물형태다.
카페처럼 독특한 분위기를 내야 하는 상업용건물은 대부분 재활용자재로 짓고 순수주택은 지붕.벽 등 일부에만 쓰고 있다.
재활용주택은 꼴 건축연구소(소장 차운기.733-3287)가 직접 설계하고 재활용품 수집부터 시공까지 담당하고 있다.대표적인 건축물은 서울종로구삼청동 소재 카페 재즈스토리(725-6537~8).언뜻 폐가처럼 보이지만 재활용 냄새가 물씬 풍기는 실내 분위기가 독특하다.
건물입구에 걸린 못쓰는 TV,난방장치로 개조한 자동차 라디에이터,한옥 철거현장에서 구해온 나무기둥과 이것으로 만든 테이블및 문짝,가방가죽을 사용한 의자,계란판,철근조각 등 자재의 99%가 재활용품이다.
주인 Y모씨는 『연건평 35평을 짓는데 6개월 이상 걸렸으며건축비도 1억원 이상 들었다』면서『분위기가 독특하다보니 손님들이 더 많은 것같다』고 말했다.
경기도광주군퇴촌면 소재 주택은 지붕부터 깨진 옹기를 사용한 점이 눈길을 끈다.골조는 와이어패널에다 내외벽에 콘크리트를 뿌렸다.기둥.실내테이블.창틀.문은 모두 한옥고재를,등(燈)갓은 박으로 만든 바가지를 사용했다.공사기간만 3년정도 .
광주군곤지암에 있는 삿갓모양의 지붕을 한 주택은 토담집이며 목재는 마찬가지로 한옥고재가 사용됐고 등갓은 두레박을 이용했다.지붕소재는 송판으로 재활용품은 아니다.
두 건물의 건축비는 정확하지 않다.차소장이 건축주와 계약한 돈보다 얼마 더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돈에 구애받지 않고 지었기 때문이다.
차소장은 『우리의 전통가옥에 사용된 소재를 현대식 건축물에 재활용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면서『아직까지는 재활용주택이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멋진 나만의 집」을 원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재활용주택에 대한 수요도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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