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문장 구조를 살피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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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한 편의 글을 퇴고하는 과정에는 여러 단계가 있다. 문장 단계에선 형태론보다 통사(統辭) 구조가 더 중요하다. 주어와 술어가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든가, 문장을 읽어 나갈 때 리듬감이 끊어지는 현상, 수식 관계의 어색함 등은 흔히 접할 수 있는 것들이다.

①“과연 정부는 소비자들이 안전성이 확보될 때까지 유전자조작 식품을 먹고 싶어 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기나 하는가.” 주어와 술어가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 “안전성이 확보될 때까지는 소비자들이 유전자조작 식품을 먹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정부는 과연 알기나 하는가”로 고치자.

②“한·미 협력 강화 주장이 많이 나오고 있어서 중국 측이 한국이 중국을 소홀히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을 수도 있다.” ‘중국 측이’를 ‘중국 측의’로 바꿔 ‘우려가’ 앞으로 옮기면 문장이 부드러워진다.

③“영국 본토에서 약 17㎞ 떨어진 외딴 무인도에 정유소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100여 차례의 주민과 토론이 있었다고 한다.” 여기서 ‘100여 차례의’가 꾸미는 것은 ‘토론’이다. 이 둘 사이에 ‘주민과’라는 어구가 끼여 있어 ‘100여 차례의’가 ‘주민’을 수식하는 것처럼 보여 어색하다. 이럴 땐 자리를 바꿔 ‘주민과 100여 차례의 토론이’라고 해야 자연스럽다.

최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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