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이어 인도미술 열풍 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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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4대 문명 발상지의 하나인 신화와 종교의 땅, 영국의 오랜 식민 통치 과정에서 근대화와 서구화를 겪은 곳, 21세기 신흥 부국의 가능성이 점쳐지는 땅-.

인도가, 인도 현대미술이 주목받는 이유다. 가장 빠른 곳은 미술 시장이다. 소더비는 지난해 5월 런던에서 처음으로 인도 현대미술만으로 경매를 열어 57억원 어치 미술품을 팔았다. 중국 현대미술 붐에 따른 학습효과로, 인도 미술이 중국 미술에 이은 새로운 투자처라는 말도 공공연히 나온다. 그래서 신생 갤러리들은 요즘 인도 현대미술전을 잇달아 열고 있다. 아직까지는 블루 오션인 인도 미술을 선점해 주요 화랑과 차별화하려는 시도다.

서울 소격동 갤러리 선 컨템포러리에서는 ‘인디아바타(INDIAVATA)’전이 한창이다. 친탄 우파디(38), B.M. 카마드(34), 지지 스카리아(35), 딜립 샤르마(34) 등 국제적으로 활발히 활동하는 인도의 젊은 작가 4명의 작품을 한데 모았다. 신화·전통·서구문화가 뒤엉켜 있는 게 특징이다.

친탄 우파디는 코카콜라를 들고 있거나 햄버거 위에 올라선 어린 아이의 모습으로 근대화·서구화되는 인도를 그렸다. 오랜 역사의 인도이지만 이제 막 자본주의의 물결에 몸을 싣고 있는 미성숙한 어린애라는 얘기다. B.M. 카마드의 그림은 더욱 의미심장하다. 낡은 장식장에 뒤샹의 변기, 요셉 보이스의 전구 등 서구 근대 미술의 유산이 들어있고, 한껏 다리를 늘린 말에 탄 채 이 장식장을 들여다보고 있는 사람은 프랜시스 베이컨의 작품을 닮았다.

◇인도 전시 쏠림현상=인근 안단태갤러리에서도 인도 작가 4인전을 열고 있다. V.S.우파디(60), 하쉬브 샤르마(47), 비나이 샤르마(43), 아차나 조쉬(43) 등 중견 작가들이 소개된다. 이 중 V.S.우파디는 친탄 우파디의 아버지로, 같은 기간 서울의 이웃한 갤러리에서 부자가 함께 전시하는 현상도 벌어졌다.

인구 11억의 인도라면 당연히 예술가 수도 많을 텐데 정작 한국에 소개되는 인도 작가들 중에는 ‘중복 출연’이 많다. 지지 스카리아의 경우 올 초 국립현대미술관 창동 스튜디오 전시에 이어 지난달 서울 신사동 H.큐브 갤러리 개관전에도 소개됐다. 딜립 샤르마도 지난달 서울 청담동 유진 갤러리의 인도 작가 3인전에 참여했던 작가다. 2006년 말 한국과 인도 젊은 작가 29명이 참여한 ‘혼성풍’전으로 인도 현대미술 소개를 시작한 예술의 전당 송인상 큐레이터는 “인도 미술에 대한 관심이 높은 가운데 아직까지는 인도 작가라면 너도나도 전시부터 하고 보는 분위기”라며 “관심이 넓고 깊어지면 의미 있는 작가 위주로 걸러질 것”이라고 말했다. 

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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