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도 ‘일본 알아야 일본 넘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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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하나, 둘, 셋!”

7일 유도 대표팀의 훈련장인 베이징 수도체육학원 훈련원. 대표 선수들 속에서 훈련 파트너 안정환(24·포항시청)의 고함소리가 메아리친다. 대구에서 중학교를 졸업한 안정환은 일본 후쿠오카 오키학원(고교)을 거쳐 야마나시대를 졸업한 일본파. 유도의 기초를 일본에서 닦아 전형적인 일본식 유도를 구사한다. 안정환은 66㎏급 1, 2차 대표 선발전에서 3위를 차지한 뒤 최종 선발전에서 2위에 그쳐 태극마크를 달지 못했다. 그러나 유도 대표팀 안병근 감독은 그를 일본 선수에 대비하기 위한 훈련 파트너로 선발했다. 안정환은 안 감독의 조카이기도 하다.

안 감독이 조카를 훈련 파트너로 선발한 것은 그가 일본식 유도를 구사하기 때문이다. 낯선 일본식 유도 스타일을 접하기 위해선 안정환만 한 파트너가 없다는 게 안 감독의 말이다. 특히 유도 대표팀이 첫 금메달 후보로 기대하는 60㎏급의 최민호(28·KRA)는 족집게 훈련 강사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최민호는 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번번이 일본 선수에게 져 정상 목전에서 물러났다. 2004년 올림픽 때까지는 올림픽 3연패를 기록한 노무라 다다히로의 벽이 높았고, 최근에는 히라오카 히로아키가 난적으로 등장했다. 최민호는 히라오카를 상대로 두 번 모두 패했다. 번번이 안 뒤축 감아걸기에 당했다. 최민호는 “안정환은 안 뒤축을 노리는 히라오카의 스타일과 비슷하다. 큰 도움이 된다”고 평가했다.

안정환은 “히라오카는 손이 커서 잡는 힘이 좋다. 안 뒤축만 조심한다면 (최)민호 형이 충분히 이길 수 있다. 대표선수들이 금메달을 딸 수 있도록 대련이건 빨래건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베이징=장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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