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시문학"등 겨레사랑 담은 독도문학 선보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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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동해 구름 밖의 외로운 섬/아무도 내 땅이라 돌아보지 않을적에/적굴 속 넘나들며 저 님 혼자 애썼던가.』 울릉도 도동에있는 안용복(安龍福)장군 충혼비에 새겨진 이은상(李殷相)의 시일부다.이 시 외에는 독도를 다룬 문학작품을 거의 찾을 수 없었던 문단에 지금 「독도 문학」이 출렁이고 있다.
최근 나온 『월간문학』과 『시문학』 4월호는 각각 「문학인 독도 방문」과 「독도여,독도여」를 특집으로 꾸며 독도를 소재로한 신작 시와 산문을 선보이고 있다.또 작가 이청준(李淸俊)씨는 86년 독도를 소재로 발표한 작품 『섬』을 최근 열림원에서단행본으로 펴냈으며 「96문학의해」조직위원회는 6월중 시.산문을 묶은 『독도문집』(가제)을 펴낼 예정이다.이렇게 「독도 문학」작품이 잇따라 발표돼 문학적 향취로 독도 사랑의 마음을 온겨레에 심으려 하고 있다.
『그 누구이던가/난바다(遠海)멀리 이름만 부르다가 떠난/먼 옛날 신라의 어느/에미를 저리도 못잊어 발돋움으로 서 있는/두아이는 서로 손도 못 잡은 채 오늘도/울면서,울면서 기다리고 있구나.』 지난달 1일 문학인 독도방문단장으로 문인 1백명을 이끌고 독도를 다녀온 황명(黃命)씨가 『월간문학』에 발표한 시『이름만 부르다가 떠난』후반부다.동도와 서도로 우뚝 솟은 독도의 모습에서 헤어진 안타까움,뭍에 대한 혈연적 그리움을 길어올리고 있다.그런가하면 문덕수(文德守)씨는 『시문학』에 발표한 시『아,독도』머리에서 파도에 부대낀 형상을 잡아 한반도에서 한사코 떨어지지 않으려는 「독도의 의지」를 이렇게 외치고 있다.
『한반도 등뼈 한 끝자락이/동해 동남으로 한 굽이 돌려/물밑비스듬히 뻗어 내려가다가/숨 한번 모아 분출한 것이/이렇듯 패이고 깎이고 뚫리고 뒤틀려/결사적인 처참한 몰골이다.』 사별한아내에 대한 정을 애틋하게 읊은 시집 『접시꽃 당신』으로 80년대 독자들의 심금을 울렸던 도종환(都鍾煥)씨도 『독도문집』을위해 시 『독도』를 내놓았다.
『백두산 버금가는 가슴으로 용솟음치며/이 나라 역사와 함께 해온 섬/홀로 맨 끝에 선다는 것이 얼마나 가슴 시린 일인지/고고하게 사는 일이 얼마나 눈물겨운 일인지 알게 하는 섬/아,독도.』 都씨는 독도를 자신의 마음 깊이 끌어들여 맨끝 자리에서도 홀로 고고함을 지켜내는 삶이 얼마나 슬프고 아름다운 것인가를 보여주고 있다.
이청준씨의 『섬』은 작가 자신인 듯한 주인공이 20년 이상 고집스럽게 독도만 찍어온 사진작가와 함께 독도를 찾아나서는 이야기. 그 뱃길을 안내하는 사람은 홍순철로,바로 독도의용수비대장 홍순칠(洪淳七.87년 작고)에서 따온 작중인물이다.
작품은 『그 섬이 바로 내 목심(목숨)이자 생활 한가진께…』라는 자신의 삶 자체를 독도에 일치시켜버린 「홍순철」의 독도 수호.사랑 정신과 함께 독도는 환상이 아니라 실제하는 우리의 섬임을 묘사하고 있다.
작가 이문구(李文求)씨는 『독도문집』에 실릴 산문 『밤배에서』에서 왜 문인들이 뱃길 멀리 붓을 들고 독도를 만나 독도를 문학화해야 하는 가를 밝히고 있다.
『독도의 자질과 용모와 품위를 마음에 아로새겨 틈틈이 문장으로,그리고 노래하여 독도가 남이 아니란 사실을 다짐하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이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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