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방황끝에 코트복귀한 농구인 최종규 대우증권 감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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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20년간의 방황끝에 다시 코트로 돌아온 농구인이 있어 화제다.주인공은 70년대 중반 남자농구의 명조련사로 활약하다 갑자기코트를 떠난뒤 홀연히 돌아와 96남자실업농구연맹전에 출전하고 있는 신생팀 대우증권의 최종규(51)감독.
최감독이 국내 코트를 등지게 된 것은 76년5월 남자 실업연맹전의 전신인 제31회 전국 남녀종별농구선수권대회 남자 일반부결승 전날 일어난 불행한 사건 때문이었다.
당시 한국은행 코치였던 최감독은 같은팀 감독이던 김영일씨의 돌연한 죽음으로 인생 행로를 바꾸게 된다.
60,70년대 국내 남자 실업농구의 정상급으로 꼽혔던 한국은행의 김감독이 결승을 하루 앞두고 열차에 치이는 사고를 당한 것. 60년 국가대표 부동의 센터였던 김감독은 선수들을 훈계한뒤 대회가 열리고 있던 광주역 부근 철길을 걷다가 뒤에서 오던열차를 피하지 못해 운명을 달리했다.김영일씨는 최감독에겐 연세대 4년 선배로 대학.군.실업팀에서 항상 함께 팀워 크를 이루며 지내왔던 형이자 동료였다.
졸지에 엄청난 불행에 직면하게 된 최감독은 실의에서 벗어나지못했다.3개월간 술에 빠져 살았다.그러나 이때 그를 아끼던 주위 사람들이 쿠웨이트의 농구팀 코치 자리를 주선,국내 무대를 떠나게 됐다.
최감독은 쿠웨이트에서 3년간 클럽팀을 조련한뒤 내친 김에 79년 처가 친척이 살고 있는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이주했다.이민생활중 최감독은 자동차정비소.꽃가게등을 운영하면서도 농구코치 클리닉에 참가하는등 농구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 했다.중년의나이가 넘은 92년 이대로 다른 길로 갈 수 없다는 생각에 귀국을 결심,모교인 연세대 농구팀 총감독을 맡고 이어 지난해 10월 신생팀 대우증권 감독에 취임해 현장에서 뛰게 됐다.
『실업팀 벤치에 다시 서니 지난 일이 꿈만 같습니다.』 지금은 코리안리그로 이름이 바뀐 남자 실업농구연맹전 출전은 그에게깊은 감회를 안겨주고 있다.
제주〓제정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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