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인권개선 진전 이뤄져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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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6일 “대북 관계 정상화 과정에서 (북한) 인권 상황 개선의 의미 있는 진전이 이뤄져야 한다”고 뜻을 모았다. 두 정상은 청와대에서 회담을 하고 이런 내용과 한·미 동맹 강화 등을 골자로 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한·미 양국 정상이 공동성명에서 북한 인권문제를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미국 측이 이를 북·미 관계 정상화의 중요한 기준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밝힌 선언적 의미를 갖는다.


이 대통령은 회담 후 연 기자회견에서 “금강산 피격 사건은 있을 수 없는 일로, 철저한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책을 하루빨리 마련하기 위해 북한이 적극 협조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전했다. 부시 대통령은 “북한의 인권유린이 아직 존재하고 있고 이런 상황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며 “이번 (금강산 피격) 사건의 조속한 해결과 이러한 비극의 재발 방지를 위해 북한이 남북 당국 간 대화에 나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두 정상은 “북한이 제출한 북핵 신고서의 완전성과 정확성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통해 궁극적으로 북한의 비핵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데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며 “그 과정에서 한·미 양국이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담에선 당초 의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 한국군의 아프가니스탄 파병 문제가 논의되지 않았다. 부시 대통령은 “이 대통령에게 한국이 아프가니스탄에 기여한 데 대해 감사를 드렸다”며 “유일하게 내가 말한 것은 비군사적 지원이다. 그럼으로써 젊은(신생) 민주주의 국가를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부시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이 문제를 거론하지 않겠다’고 얘기했는데, 이는 한국의 입장과 처지를 배려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두 정상이 빈틈없는 공조 태세를 거듭 확인함으로써 북한이 평소에 생각하는 것으로 알려진 ‘통미봉남(通美封南)’ 전략이 허구임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두 정상은 “양국 간 전통적인 우호 관계와 상호 신뢰를 기반으로 한·미 동맹을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으며, 북핵 문제의 조속한 해결과 한반도 및 동북아에서의 새로운 평화 구조 창출을 위해 양국 간 전략적 공조와 협력을 일층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미 동맹의 발전 방향과 관련, 양국은 한·미 연합 방위력을 강화하고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주한미군 기지 이전·재배치에 관한 합의를 지속적으로 이행키로 했다. 이와 함께 대학생 연수취업 프로그램(WEST), 미항공우주국(NASA) 주도의 달 네트워크 사업 참여, 연내 한국인의 미국 비자 면제 프로그램(VWP) 가입 등을 추진키로 합의했다.

이 대통령은 대학생 연수취업 프로그램에 대해 “매년 5000여 명의 우리 학생이 1년 반 동안 미국을 방문해 일을 하면서 영어 공부를 하고 미국을 경험하는 기회를 갖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어 서울 용산 미군기지에서 열린 장병 격려행사에서 “자유에 대한 우리의 믿음에 기반하고 있는 한·미 동맹은 현대의 위대한 성공 스토리”라며 “미국이 한반도에 계속 남아 있을 것이라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오후 다음 방문국인 태국으로 떠났다.

글=최상연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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