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주 “해임권고안 의결 땐 법적 대응”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정연주 KBS 사장이 6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읽고 있다. [사진=박종근 기자]

정연주 KBS 사장이 감사원의 해임 요구 결정과 관련,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본관 3층 제1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사퇴 의사가 없음을 거듭 밝혔다. 또 감사원 재심청구 등 법적 대응 방침도 밝혔다.

정 사장은 미리 준비한 A4 용지 8쪽 분량의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통해 “KBS 사장의 거취 문제는 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공영방송의 독립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며 “이 자리를 지켜 온 것은 공영방송의 독립성이라는 소중한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이번 감사는 정치적 표적 감사”라며 “감사원은 제 개인 비리뿐 아니라 간부·직원들에 대해서도 집중적인 감사를 실시했고 5300여 명 전 직원의 주민등록번호까지 제출하라고 했지만 ‘비리’가 나오지 않았다. 역설적으로 KBS의 투명성을 확인해 준 감사”라고 말했다.

8일 임시이사회를 소집한 KBS이사회에 대해서는 “KBS의 독립성을 파손하는 잘못을 저지르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면서 “(해임권고안 의결 등이 이뤄진다면) 법적 절차를 밟겠다”고 말했다. “방송법상 KBS 사장에 대한 해임권이 대통령에게 없으니 그런 근거를 마련해 절차상 하자가 없는 방식으로 해결하라는 얘기”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대통령에게 KBS 사장 해임권이 있다”고 발언한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에 대해서는 “그 사람, 말을 함부로 하시는 것 같다”며 불쾌한 심경을 감추지 않았다.

KBS 변호인단은 향후 법적 대응과 관련해 7일 보도자료를 낼 예정이다. 또 7일 우선적으로 감사원 해임 요구안 무효 확인소송과 효력집행정치 가처분 신청을 내기로 했다.

정 사장은 ‘부실경영’에 대해서도 반박으로 일관했다. “보고서 내용이 거짓과 왜곡, 자의적인 자료 선택과 해석 등 부실하기 짝이 없다”고 주장했다. 취임 후 2004~2007년간 1172억원의 누적 사업 손실을 초래했다는 감사 결과도, 자신이 취임한 첫해인 2003년 큰 폭의 흑자가 난 것을 인위적으로 제외한 탓이라고 해명했다. 또 “공영방송의 경영 목적이 돈 많이 버는 것이냐. 신뢰도 1위, 영향력 1위 그 이상의 경영 성과가 없다”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념 편향’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단박 인터뷰’에 조갑제도 나왔고, 아이디어 차원에서 이문열 한번 했으면 좋겠다는 뜻도 전달했다. 지난 5년간 KBS 프로를 통해 우리 사회의 이념적 스펙트럼이 넓어졌다고 생각한다. 우파는 좌편향이라고 비판했지만 좌파로부터는 기계적 중립주의, 보수화됐다는 비판을 받았다. 양쪽에서 비판받을 때마다 KBS가 균형 잡고 있구나 생각했다”고 답했다.

이날 KBS 본관 입구에는 이례적으로 청원경찰까지 동원됐다. 일부 기자와 청원 경찰 사이에 가벼운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회견장에는 100여 명의 기자가 모였고, 홍보실 직원들은 포토라인까지 정하는 등 민감한 반응이었다.

KBS 사내 게시판에는 감사 결과를 두고 찬반이 뜨거웠다. 한 중견 PD는 “특별감사를 통해 정 사장 해임이 운위되는 현실이 KBS인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혔지만, 결과적으로 정 사장이 물러가는 것이 옳다는 의견이 다수”라며 “게시판의 분위기 역시 격앙되기보다 차분한 편”이라고 전했다.

한편 기자회견이 열린 KBS 본관 밖에서는 보수단체 회원들이 ‘정연주 규탄’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오후 6시30분부터는 ‘방송 장악·네티즌 탄압 저지 범국민행동’이 주최하는 촛불시위도 벌어졌다.

글=이현택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