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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북핵 보따리' 풀어 놓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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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 한 중국 남성이 19일 베이징의 북한대사관 외벽 게시판에 전시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진들을 살펴보고 있다. [베이징 AP=연합]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이 알려진 19일 외교부와 통일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비롯한 정부 관계 부처는 촉각을 곤두세웠다. 정보 당국도 해외망을 총가동해 金위원장의 중국 내 행적을 부산하게 쫓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金위원장의 중국 방문이 한반도 정세와 남북 관계에 작지 않은 파장을 미쳐온 때문이다.

최고지도자로서 金위원장의 첫 중국 방문은 남북 정상회담을 보름 앞둔 2000년 5월 이뤄졌다. 또 2001년 1월 상하이(上海) 방문 이후 金위원장은 신의주 경제특구를 내놓았고, 남북 간 철도.도로 연결과 개성공단 건설 같은 대규모 경협 프로젝트에 바짝 매달렸다.

관심은 무엇보다 남북 관계의 진전에 걸림돌이 돼온 북핵 문제가 어느 수준까지 다뤄질까 하는 데 쏠려 있다. 2002년 10월 북한의 고농축 우라늄 핵개발 의혹으로 북.미 관계가 파국으로 치달은 이후 첫 중국 방문이란 점에서다.

또 파키스탄의 압둘 카디르 칸 박사에 의한 '핵무기 목격' 증언이 나온 데다 딕 체니 미 부통령이 중국을 다녀간 직후에 金위원장이 베이징을 찾은 때문이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 중국은 중재자 역할을 강화하고 있고, 金위원장은 6자회담 참가에 호응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진다. 북한이 모종의 조치를 내놓을 것이란 기대도 이런 배경에서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신중한 입장이다. 북한이 핵 문제를 생존권과 직결시켜 대응해 왔고, 리비아식 핵 포기에 강한 거부감을 보여왔다는 점에서 당장 획기적 조치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정부는 오히려 金위원장의 중국식 개혁.개방 현장학습이 몰고 올 변화에 주목한다. 3년3개월 만의 방문에서 金위원장은 중국의 경제발전을 주의깊게 들여다볼 것이고, 그 충격은 신의주 경제특구 개발 재개뿐 아니라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특구 건설, 철도.도로 연결 등에 고스란히 탄력을 붙여주게 될 것이란 예상이다.

여기에 총선에서 안정의석을 얻은 여당이 대북 접근 속도를 올릴 수 있게 됐다는 점과 한나라당이 전향적 대북정책 추진 의사를 밝혔다는 점도 金위원장의 중국 방문 이후 남북 관계 구상에 긍정적 요인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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