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의 베이징 Q&A] 인공강우에 숨겨진 또 다른 환경재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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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Q 중국은 인공강우 기술로 청천(晴天) 올림픽을 기획하고 있다. 성공할 수 있겠는가.

A 베이징 당국의 최대 두통거리 중 하나는 개회식 당일 비가 내리는 것이다. 그래서 올림픽 주경기장으로부터 약 90㎞ 떨어진 지점에서 인공강우로 비구름을 없애 개막식 날의 청천을 보장하려 한다. 뜻대로 된다면 장외 금메달감으로 그 여파는 대단할 것이다.

Q 실제로 성공한 예가 있는가.

A 지난 4월 20일 베이징에서 프레올림픽 마라톤 대회가 열렸을 때 큰비가 내렸다. 그게 인공강우였다는 것이다. 이날은 4월 들어 31mm의 최고 강우량을 기록했고 대기 오염도 ‘양’으로 돌아섰다. 하지만 이날 강우로 선수들의 유니폼에 대기 오염 물질이 들러붙어 거멓게 변색되는 바람에 엉망이 됐다는 소문도 들린다. 비뿐만이 아니다. 올해 초 창춘에서 열린 겨울 아시아 대회에서는 눈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로켓탄을 쏘아 인공적으로 눈을 내리게 했다.


Q 중국이 인공강우의 선진국이 된 배경은 무엇인가.

A 한자에는 기상, 기후, 공기처럼 기(氣)자가 붙은 말이 많다. 기를 다루는 도술이 발달한 중국의 고전 소설에는 ‘바람을 일으키고 비를 부르는’ 이야기가 많이 등장한다. 근대 들어서도 건조 지역이 많은 중국은 1946년부터 인공강우 실험에 착수했고, 2005년부터는 황허·창장의 원류인 칭짱(青蔵) 고원에서 75억 위안을 들이는 큰 사업으로 발전시켰다. 만성적 물 부족으로 고민하는 베이징시에서는 인공영향천기판공실(人工影響天氣辦公室)을 둬 현재 3만 2000명의 인력이 인공강우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Q 집중 호우의 분산, 더위 제거로 에어컨의 전력소비 억제, 대기 오염 방지 등 인공강우의 효용성은 크다. 중국이 인공강우를 활용해 개회식 날의 하늘을 맑게 만드는 데 성공한다면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A 원래 인공강우는 1946년 노벨화학상을 탄 미국의 어빙 랭뮤어 박사가 시도한 것이다. 현재 40개국에서 연구실험 중이며 세계기상기구(WMO)에 보고된 기록만 해도 매년 100건 이상이다. 러시아에서는 대독(對獨) 전승 60주년 기념식 전날 군용기들이 구름에 드라이아이스를 쏘아 비구름을 소멸시킴으로써 큰 충격을 주었다.

인공강우는 과학기술 자체보다는 구름의 선택과 장소, 뿌리는 시간과 양의 조정 등 꾸준한 경험의 축적이 필요한 것으로, 우리도 서둘러야 한다. 지금 일본에서는 10개 기관이 참여해 인공강우를 연구하고 있으며, 기존 방식을 이용할 경우보다 100배의 강수량을 더 얻을 수 있는 액체탄산법의 신기술도 내놓고 있다. 21세기는 물전쟁의 시대다. 만약 중국에서 동북 방향으로 이동하는 구름을 모두 비로 만들어 버린다면 한반도에는 한발로 인해 사막화 현상이 일어날 수도 있다. 또한 중국에서 사용 중인 요오드화은은 사진 현상에도 사용하는 화공약으로, 아직 미량이라고는 하나 분진의 상태에서 흡입하면 구토와 설사를 일으킨다. 특히 인공강우는 기상 병기로서 미래의 군사기술이다. 인공강우의 문제는, 이것이 바로 인간 문명의 한계임을 인식하지 않는다면 그린 올림픽, 클린 올림픽이 오히려 지구 단위의 또 다른 환경재앙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올림픽 개막식 날의 기상변화에 세계가 주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어령 본사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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