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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산한 일본 도시 “돈 되면 뭐든 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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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재정 파산 상태인 일본 홋카이도(北海道) 유바리(夕張)시의 눈물겨운 재건 노력이 연일 화제다.

‘유바리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로 한국에도 많이 알려진 이 도시는 관광시설 건설에 과잉 투자하는 바람에 360억 엔(약 3400억원)이 넘는 빚을 지고 2006년 6월 파산했다. 12만이던 인구는 1만2000명으로 줄었고, 공무원도 절반 가까이 거리로 내몰렸다. 둘이 하던 일을 혼자 해야 하니 연간 1000시간 이상 수당도 없는 야근을 하기 일쑤다. 그러면서 총 353억 엔(약 3334억원)의 부채를 18년 동안 갚아나가는 재정 재건 계획을 완수해야 한다.

이렇다 보니 “돈 되는 일이면 다 해보자”는 의견이 기발한 정책으로 탄생하곤 한다. 시는 5일 시 소유 자산을 판매해 살림에 보태기로 했다. 개인 수집가로부터 기증받은 브라질산 자수정 등 광석 40점을 인터넷 경매에 내놓기로 한 것이다.

시 관계자는 “시 재정 재건을 위해 써도 좋다는 유족들의 동의를 얻어 야후 옥션에서 판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중에는 마노·에메랄드·자수정 등 대형 광석들도 포함돼 있다. 감정서가 없어 입찰가격은 가장 비싼 물건이 1만 엔(약 9만4000원)으로 책정됐다.

유바리시는 지난해 가을엔 도시의 몰락 과정을 소개하는 반면교사형 관광상품인 ‘유바리 다큐멘터리 투어’를 만들어 국내외 지자체 관계자 등 관광객들을 유치하고 있다. 매우 드문 지자체의 파산을 역으로 관광자원으로 활용한 것. 최근엔 상공회의소를 중심으로 카지노와 자위대 대테러 훈련 시설을 유치하자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해 4월 창설한 후원기금 ‘행복한 노란색 손수건 기금’도 1억 엔(약 9억4000만원) 달성을 코앞에 두고 있다. 이 기금은 ‘어린이 건전육성 후원금’ ‘고령자·장애인 지원’ ‘주민건강·자활활동 지원’ 등 세부항목으로 나누어져 있다. 홋카이도 이외 지역에서 보내온 후원금이 8553만 엔이나 된다. 최근 유바리시에 낭보가 날아들었다. 재정 재건 첫해인 2007년도 일반회계 결산 전망에서 올해 적자 감소 목표인 15억 엔(141억6000만원)을 3억7000만 엔(34억원)이나 초과 달성한 것이다. 2006년을 마지막으로 잠정 중단됐던 유바리 영화제도 올 3월 영화인들의 노력으로 재개됐다.

도쿄=박소영 특파원

◇지자체 파산= 지방자치단체도 채무 상환이 어려워지면 파산 상태에 이른다. 재정에 적자가 발생하고 그 규모가 누적되면 은행 차입도 불가능해진다. 유바리시는 적자가 360억 엔에 이를 때까지 관광사업과 복지 투자를 늘렸으나 인구가 줄면서 수입은 갈수록 줄어들었다. 2007년 3월부터 정부의 관리를 받으면서 앞으로 18년간 적자를 해소할 예정이지만 인구 감소로 세입이 줄고 있어 재건은 쉽지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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