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이런 인사를 하니 민심이 멀어질 수밖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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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김중수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에, 최중경 전 기획재정부 1차관이 아시아 국가 대사에, 구양근 전 성신여대 총장이 아시아권 공관장에 내정됐다. 민주당은 각각의 이유로 보은 인사요, 국민 기만·조롱 인사라고 비판했다. 문책됐거나 물의를 빚은 인물을 곧바로 요직에 기용한 것은 편의적인 회전문 인사요, 보은 인사로밖에 볼 수 없다.

김 전 수석은 6월 쇠고기 파동으로 인한 국정쇄신 인사에서 물러났다. 부실 협상과 사후 대처에 책임이 있는 관료 라인의 일원이다. 최 전 차관의 경우는 더욱 아리송하다. 지난 7월 10일 청와대에서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고환율 정책의 실패를 문책하면서 강만수 장관은 유임시키는 대신 차관을 경질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여론을 전달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장관 대신 차관을 바꾼 것처럼 인상을 주게 됐으나 차관은 별도의 이유에 의해 책임을 물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별도의 이유’는 여러 의혹을 낳았다. 최 차관이 다른 정책에서 중대한 실책을 저질렀거나 아니면 개인적으로 처신에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것이다.

대통령은 그래 놓고는 한 달도 안 돼 당사자를 대사로 내정했다. 외견상으로는 특정한 이유로 문책해 놓고는 다시 중용한 것이다. 당시 최 전 차관이 뭔가를 잘못해 문책됐다면 이번 인사는 이해할 수 없는 갈 지(之)자다. 그게 아니라 장관 대신 옷을 벗은 것이라면 대통령이 당시는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말을 불투명하게 했다가 그것이 미안해 보상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구양근씨는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전인 지난해 7월 현직 총장 신분으로 다른 교수들과 함께 이명박 후보 지지를 공개적으로 선언해 물의를 빚었다. 대학 조직원의 의사와 상관없이 ‘총장’이라는 직분을 특정 캠프에 헌납한 것이다. 이런 행동이 폴리페서(politics+professor의 준말) 논란을 가열시켰다. 대통령은 ‘강부자·고소영’에 이어 원칙 없는 회전문·보은 인사로 내달리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