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내력 책으로 엮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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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25(군위 나씨 25대손이라는 의미).정룡.혁동 장남.강원도영월군상동읍구래리.54년1월19일생.80년2월 한양대 화학공학과 졸업.배우자 전주 이씨 선희.부 석호 2녀.서울중구충무로2가 57년10월18일생.80년2월 국민대 가정관 리학과 졸업.」 4남 1녀를 모두 출가시키고 내외가 단출하게 살고있는 나혁동(羅革東.69.서울강동구명일동)씨가 최근 완성한 가족보(家族譜)의 일부다.
황해도에서 태어나 45년 경기공립고 기계과를 졸업,6.25에참전해 다리 부상에도 불구하고 기계 판매관련 개인사업으로 보란듯이 일가를 이룬 그는 자녀들이 다 성장해 뿔뿔이(?)흩어지고91년 사업도 그만두게 되자 허전한 마음을 어 쩔수가 없었다.
그래서 고안해낸게 바로 가족보.가족의 내력이 적힌 족보를 현대에 맞게 만들면 자손들간 유대감이 공고해질 것이라는데 생각이 미쳤기 때문.
지난 3월 한달간 꼬박 매달린 끝에 5대조까지의 인적사항과 묘소 소재지를 비롯해 다섯 자녀와 며느리.사위.손자 10명 등모두 24명의 이력이 적힌 16쪽짜리 가족의 역사책이 완성됐다.그가 직접 붙인 이름은 「직계가보(直系家譜)」 .기록이 한문으로만 돼 있어 손자들은 아직 이해할 수 없다는게 흠이라면 흠이지만 기록 내용이 다채로워 고리타분한 구석은 찾아볼 수 없다. 직계가족만 수록한 이 가족보는 세계(世系).명호(名號).사유(事由).비고(備考)등 4항목으로 이뤄져 있다.「사유」항목의경우 작고한 선대(先代)는 출생일과 사망일을 적고 묘소 소재지도 기입했다.자녀들은 출생연월일(요일도 포함)과 학력만 표시.
수상경력이나 직업을 제외한건 형제간의 위화감을 막기 위해서라고. 며느리와 사위는 부친의 성함도 써넣었다.손자들은 태어난 병원 이름도 적혀 있어 흥미롭다.마지막 장에는 가족들의 주소와 전화번호도 실었다.
羅씨는 『모두 서울에서 살고 있지만 가족간의 유대가 아무래도결혼전만 못한 것같아 한 뿌리라는 의식을 심어주기 위해 가족보를 만들었다』고 설명.그는 『모두 좋아해 다행』이라면서 『실로오랜만에 가족을 위해 자그마하지만 가치있는 일 을 했다는 자긍심 또한 가외의 소득』이라고 흐뭇해한다.
셋째 며느리 김경애(金敬愛.36)씨는 『가족보를 통해 가족 전체의 인적사항을 더 자세히 알게 됐을 뿐만 아니라 시집식구들모두가 진정한 공동운명체라는 생각을 다시한번 다지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김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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