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부시 재선 지원 제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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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이라크 전쟁 결정 과정을 그린 워싱턴 포스트지 밥 우드워드 부국장의 저서'공격계획'이 출판도 되기 전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책 내용이 사실일까'라는 의문이 들 만큼 백악관 운영이 허술하고, 부시 대통령의 판단력에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대목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드워드는 지난 18일 CBS-TV의 '60분'프로그램에 출연해 "책 내용의 상당부분은 부시 대통령이 직접 말한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말 부시 대통령이 "내가 어떻게 공격하게 됐는지 알려야 한다"며 인터뷰에 응했다는 것. CBS도 "우드워드에게서 주요 인사의 인터뷰 테이프를 직접 받아 내용을 듣고 녹취록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사우디와 비밀거래=우드워드는 '60분'프로그램에서 "주미 사우디아라비아 대사인 반다르 술탄 왕자가 부시 대통령의 재선을 돕기 위해 대선 직전 석유값을 내리겠다는 제안을 했다"고 말했다. 반다르 왕자는 2003년 1월 중순 부시 대통령과 이라크 전쟁을 상의하면서 "선거 때 미국 경제를 돕기 위해 내년 여름 석유생산량을 하루 수백만배럴 늘리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1월 11일에는 딕 체니 부통령과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이 백악관에서 반다르 왕자를 만나 '외국인 열람금지' 직인이 찍힌 작전지도를 보여주며 이라크전을 설명했다고 우드워드는 밝혔다. 그 시점은 파월 국무장관에게 설명하기 전이란 것이다.

◇종교전쟁=부시 대통령은 "아버지와 전쟁 계획을 상의했느냐"는 질문에 "아버지는 그런 걸 상의할 대상이 아니다"고 답했다고 우드워드는 전했다. 그는 "부시 대통령이 '나는 더 높은 곳에 있는 아버지(하나님)에게 얘기한다'고 말해 깜짝 놀랐다"고 덧붙였다. 부시 대통령은 또 전쟁을 결심하는 과정에서 럼즈펠드 장관, 파월 장관이 아니라 카렌 휴즈 백악관 정치담당 고문,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과 상의했다고 우드워드는 전했다. CNN은 18일 "이는 헌법에 대한 신념이 아니라 종교적 신념에 따라 전쟁을 치렀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라이스는 모두 부인=라이스 보좌관은 18일 FOX-TV와 CBS에 잇따라 출연, 책 내용을 부인했다. 또 "부시 대통령이 2003년 1월 '전쟁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지만 실제 결정을 내린 것은 3월"이라고 밝혔다. 부시 대통령이 2003년 3월까지 여러 차례 "전쟁을 결정하지 않았다"고 말한 바 있어 거짓말했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라이스는 국무장관보다 먼저 사우디 대사에게 전쟁 계획을 통보했다는 사실도 부인했다.

워싱턴=김종혁 특파원

*** 우드워드 기자는…신참 때 워터게이트 특종

밥 우드워드(61) 워싱턴 포스트 부국장은 신출내기 기자 시절인 1972년 칼 번스타인 기자와 함께 집권당의 선거비리를 다룬 워터게이트 사건을 특종 보도했다. 우드워드 기자는 워터게이트 보도에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한 익명의 제보자 '딥 스로트'의 정체를 죽기 전에는 결코 밝히지 않겠다며 여전히 입을 다물 정도로 취재원을 보호하는 등 정도를 지켜온 언론인으로 통한다.

부국장이 된 이후에도 적극적으로 현장을 뛰며 심층보도를 하고 있다. '부시는 전쟁 중'에 이어 이번에 '공격계획'을 썼다. 조지 W 부시 정권의 등장과 '테러와의 전쟁' 이후 광범위한 취재를 통해 밝혀낸 사실과 수많은 인물의 증언을 바탕으로 권력의 이면을 적나라하게 파헤쳐 일반인에게 알리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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