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 리모델링] 생활비는 소득의 50% 이내로 줄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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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Q: 경기 분당에 사는 회사원입니다. 직장이 외국계 회사여서 소득은 상위권에 속합니다. 그런데 여윳돈은 거의 없는 실정입니다. 제가 장손이기 때문에 피치 못할 지출이 많습니다. 집안 일로 나가는 돈을 줄일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지금 살고 있는 집보다는 좀 더 넓은 집으로 옮기고 싶습니다. 저의 소득 수준에서 집을 넓히는 것이 현명한 것인지 궁금합니다.

회사원 崔모(37)씨는 부인과 두 자녀를 둔 가장이다. 崔씨는 지금까지 만족할 만한 수준의 급여를 받으며 여유있는 생활을 해왔다. 그러나 자녀가 성장하면서 40평대 아파트로 옮기려고 보니 그동안 모아둔 목돈이 거의 없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막상 돈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뒤로는 주택자금은 물론 노후자금을 어떻게 준비해야할지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 시급한 노후 대책

▶ 이번 주 자문단=김대환 미래에셋증권 삼성역 지점장, 김은미 국민은행 분당PB센터 PB팀장, 권남원 AIG 세일즈리더, 길연진 이넥스플래닝 소장

崔씨는 상당한 급여 소득자임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계획 없이 수입의 대부분을 생활비로 지출하는 바람에 미래를 위한 목돈을 마련하지 못했다. 물론 지금과 같은 수입이 평생 보장된다면 저축할 필요가 없지만, 본인도 인정하듯 향후 10년 이상의 직장생활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만일 崔씨가 20년 후인 57세에 퇴직하고 30년간 은퇴 생활을 한다고 가정해 보자. 또 은퇴기간에 현재 가치로 매달 200만원의 생활비가 필요하다고 가정할 경우 崔씨는 은퇴 시점까지 12억원(주택 제외)의 노후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20년 후 12억원을 연간 6%(세후 기준)의 금리로 역산하면 현재 시점에서 5억5000만원이다. 즉 집을 빼고 현재 5억5000만원이 있어야 노후 자금을 완벽하게 준비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崔씨의 통장에는 1173만원이 있을 뿐이다. 집을 마련하기 위해 은행에서 낸 빚까지 감안하면 여윳돈은 전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 씀씀이부터 줄여야

많이 벌다 보면 아무래도 자의반 타의반으로 지출이 많게 마련이다. 그래도 가족의 미래를 위해서는 지출계획을 세워 그 범위 안에서만 돈을 써야 한다.

崔씨의 현재 소득과 지출을 감안하면 매달 150만원 가량을 더 저축할 수 있다. 그러나 내년부터 주택 대출금의 원금 상환으로 인해 기존의 대출이자 외에 86만원의 추가지출이 발생한다. 지출관리 없이 지금처럼 생활한다면 추가저축 여력은 64만원으로 확 줄어든다.

지출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 우선 매달 소득에서 생활비 비중을 50% 이하로 낮춰 대출금 원리금에 보태자. 생활비를 50% 이내로 줄이면 매달 200만원의 여유자금이 생긴다. 여유자금 중 45만원을 현재 월 20만원씩 넣고 있는 비과세상품에 추가로 붓는다. 그리고 나머지 155만원은 적립식 주식형 펀드에 투자하다가, 내년에 대출원리금 상환이 시작되면 69만원으로 줄인다.

# 너무 비싼 집에 산다

비교적 고소득층에 속하는 崔씨가 여윳돈을 마련하지 못한 요인 중 하나는 주택에 대한 과잉투자를 지적할 수 있다.

崔씨의 자산은 1173만원의 예금을 제외하면 나머지 전 자산이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에 묶여 있다. 또 주택 대출금에 대한 원리금 상환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다.

주택 모기지 금융이 발달한 미국에서도 '연소득의 5배짜리 주택에 살고 40%짜리 차를 타라'는 말이 있다. 소득수준에 비례한 적정한 소비와 자산 구성을 강조한 말이다.

崔씨의 세후 연간 실질소득이 7800만원인 점을 감안할 때 현재 주택가격은 崔씨 소득의 7배를 넘고 있다. 이미 崔씨가 살고 있는 아파트만 해도 '연소득의 5배 이내 집' 요건에 어긋나는 만큼 더 넓은 집으로 옮기는 것은 무리다.

오히려 자산운영의 관점에서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를 판 뒤, 매각대금으로 부채를 갚고 여윳돈을 확보하라고 권유하고 싶다. 그러나 생활수준을 중시하는 崔씨의 성격을 감안할 때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에 계속 사는 것이 좋겠다.

# 보험 가입은 그대로 유지하라

보험의 경우 대부분의 가정이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반면 崔씨의 가입 내용은 금액이나 보장내용 등에 있어 상당히 양호한 편이다. 자문단이 확인한 결과 崔씨는 보험전문가와 상의해 가입 보험을 잘 리모델링했다. 즉 부부의 종신보험도 정기특약을 적절히 사용해 가장의 책임이 집중되는 기간에 저렴한 보험료로 일반사망 보험금을 남편은 2억원, 아내는 1억2000만원을 보장받는다.

부인의 경우 주부로서 일반사망 보험금이 약간 많다는 생각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보험료가 저렴할 때 가입했고, 요즘에는 노후에 연금전환특약을 활용해 노후에 기본의료비 보장만 남겨두고 나머지는 연금으로 전환할 수 있다. 또 아이들의 보험 또한 보장성으로 각각 한개씩 적정하게 가입했고, 월 15만원씩 가입한 연금상품도 최저 금리보장이 연 복리 4%로 현재 나오는 보험상품보다 유리하고 납입 완료 후 3년이 지나면 연금이 지급되는 상품이다.

정리=이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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