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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소 셋중 한基꼴 방치 국토만 잠식-매장선호 문제의 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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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5일은 조상의 성묘를 가는 한식일.이날을 맞아 국토 곳곳을 뒤덮어가고 있는 묘지문제의 현조소를 진단한다.현당르포와 문제점,대안,외국의 예를 소개한다. <편집자註> 『실제로 관리비를 내고 정기적으로 찾아오는 묘소는 전체의 30~40%밖에 안됩니다.친척들이라도 가끔 찾아오는 묘소를 제외해도 전체의 3분의1은 실질적인 무연고 상태입니다.』 야산의 산자락부터 산마루까지 빽빽이 들어찬 무덤 사이로 난 오솔길을 오르며 묘지관리소장 金낙현(64.서울노원구상계동)씨는 기를 쓰고 매장을 고집하다 이내 무관심해지는 세태를 한탄한다.
경기도포천군소흘읍산40 일대에 자리잡은 포천공원묘원.지난 68년 10만3천평방(3만1천평)규모로 사설공원묘지 허가를 받았으나 93년 묘지가 모두 찼다.산비탈을 따라 1만1천여기의 묘소가 반바지 모양으로 꽉 차있는데 지금도 「자리」 를 달라는 요청이 끊이지않아 골칫거리다.
지방자치제가 실시되면서 공동묘지를 설치.확장하려면 군의회의 승인과 주민공청회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확장은 사실 엄두도 못낸다. 지난해 9월 묘지설치허가를 받은 경기도파주시탄현면법흥리동화경모공원은 1만9천기의 조성가능 묘지중 5백여기가 조성돼 있다.93년9월 이북 출신을 대상으로 모집을 시작하자 3평에 2백만원이라는 만만치 않은 가격에도 고향 가까이 묻히 기를 원하는 실향민들의 신청이 쇄도,1년만에 예약이 끝났다.묘지에 대한 한국인들의 무한한 애착을 보여주는 예다.
전체 면적 77만평방(23만5천평)에 묘지사용 가능면적만도 19만평방며 국내최초의 「공원식 묘역」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이같은 「선진」묘소 조성도 마을과 문전옥답을 잃어버린 사람들에게는 달가울 리 없다.이 지역 이주민들이 모여 사는 법흥1리의 노길련(盧吉鍊.54)이장은 『마을과 밭이 있던 산자락에 공원묘지가 들어서면서 자연부락 3개가 없어졌다』며 『사람들도 일부 떠나고 산도 옛 산이 아니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이같은 묘지 점유욕구를 틈탄 묏자리 판매 잡음도 끊이지 않는다.경기도 P공원묘지에서는 재단의 한 관계자가 묘지로 팔았던 땅중 6천여평 4백20기가 허가 지역 밖으 로 판명나 94년 이장(移葬)통고를 받은 경우가 있다.재단 땅도 아닌데 이 관계자가 유령의 묘지터를 팔아버린 사실이 뒤늦게 들통났으나 이미 묘지는쓴 뒤였다.
다행히 재단측이 책임지고 해당 토지 매입비를 내는 것으로 타협되고 도청에서도 개인묘지로 허가내줘 묘지를 옮기는 불상사만 피했다. 『경기도 지역 공원묘지중 허가받은 면적을 지키지 않는경우가 적지 않습니다.1만평을 허가받아 놓고 근처 토지를 매입해 추가로 팔아먹는 식이죠.아예 땅도 없이 묏자리라고 팔고 도망가 버린 사기사건도 있었습니다.』1년 넘어 이 일에 매달 렸던 대책회의 부회장 金모(50.경기도포천군)씨는 우리나라 국민의 매장선호가 온갖 불법과 탈법으로 연결되는 것에 기가 막히다는 표정이다.
공원묘지외에 개인묘지를 둘러싼 문제점도 적지 않다.경기도 어느 지역의 야산에나 양지바른 곳이면 어김없이 묘가 있다.파주시의 경우 불법으로 조성한 것을 제외해도 묘지로 허가된 땅 가운데 묘지조성 가능면적 2백1만평방의 9.4%가 개 인묘지다.특히 불법 묘지는 1백㎡이상으로 규모가 큰 경우가 많다.『불법인지 알지만 선산에 모신다는데 장례를 막을 수도 없고 나중에 매장및 묘지에 관한 법률위반으로 고발하는 정도입니다.』경기도 파주시의 기우균(奇宇均)공중위생계장은 법집행 의 어려움을 이렇게설명한다.
고발해도 처벌은 벌금이 고작이고 원상회복은 기대하기 힘들다.
지난 3월부터 시로 승격된 파주는 전체 토지의 1.2%인 8백만평방가 묘지로 허가돼 묘지비율이 가장 높아 「묘지군」으로 불렸던 지역.다른 지방자치단체와 마찬가지로 묘지 설치를 억제하는 조례 제정을 추진중이다.
그러나 막무가내인 매장선호를 바꾸기 전에는 법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한 공원묘지 관계자는 『2백평 규모의 납골당을 건립하면 약 6천기를 모실수 있다』고 말한다.이 납골당 세개면 동화경모공원크기인 77만평방의 묘지를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우리의 강산이 묘지로 변하는 것을 막기 위한 발상의 전환 이 필요한 시점이다.
포천.파주=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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