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DMZ 불인정 선언-정부의 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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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북한의 비무장지대 무효화발표가 있은 뒤 우리 정부는 통일안보정책조정회의를 긴급소집해 대응책을 논의하는 등 긴장된 분위기.
그러나 북한의 조치는 어느정도 예상할 수 있었던 것이어서 정부는 회의 직후 국방부명의로 성명을 발표하는 등 즉각적인 대응에 나섰다.
…통일원은 북한 발표가 있은 직후 정부종합차원의 대책 마련이시급하다고 보고 권오기(權五琦) 통일부총리가 주재하는 통일안보정책조정회의를 소집.
북한 발표가 있은지 3시간만인 4일 오후8시 회의장인 남북회담사무국에는 權부총리와 공노명(孔魯明)외무장관,이양호(李養鎬)국방장관,권영해(權寧海)안기부장,유종하(柳宗夏)청와대 외교안보수석과 관계당국자들이 도착해 긴장된 표정으로 회의 장에 들어갔다. 그러나 북한의 이날 조치는 지난달 29일 김광진 북한인민무력부 제1부부장의 담화가 발표된 이래 어느정도 예상됐던 탓인지 당국자들은 상당한 대비를 해온듯 차분한 모습.한편 회의에 들어가기전 이양호 국방장관은 『북한의 조치에도 불구하 고 우리는 기존 정전협정을 충실히 지켜나갈 것』이라고 강조.
…국방부와 합참은 북한의 「비무장지대(DMZ)관련 임무 포기」소식이 알려지자 박용옥(朴庸玉)국방부 정책실장 주재로 긴급회의를 소집,저녁식사도 거른채 대책 마련에 부산.
朴실장은 『이번 북한 선언을 전과같이 공갈로만 보기에는 다른심각한 차원』이라며 『현재 강화된 대북정보감시태세인 워치콘3을발동중이며 북한의 상황에 따라 한단계 높은 감시태세인 워치콘2로 격상시켜야 할지를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
한편 한미연합사령부도 별도의 긴급 대책회의를 가졌는데 연합사의 한 관계자는 『북한이 정전협정을 일방적으로 와해시키려는 또다른 조치』라며 『북한의 군사태세를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강조. 국방부 관계자들은 3일 호국96훈련이 성공적으로 끝났는데다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이양호 국방장관과 합참의장등을 대동하고전방시찰도 마친터여서 만반의 준비가 돼있는 상황이라며 다행스런표정. …북한의 대미(對美) 평화협정 체결 공세 저지를 위해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온 외무부는 북한의 일방적 조치를 미국과의잠정협정 체결을 노린 고도의 술수로 분석하면서 미국과의 공조체제를 확인하는등 부산한 움직임.
북한측 발표가 알려진 직후 외무부는 孔장관 주재로 유명환(柳明桓)국장등 미주국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북한측 의도 분석과 함께 대미 공조대책을 논의.회의에 참석했던 한 관계자는 『한국을 배제한 북한과의 평화협 정 논의는 있을 수 없다는 것이 미국의 확고한 입장인 만큼 반향없는 일방적 조치로 끝나고 말 것』이라고 전망.
김민석.배명복.최원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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