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올림픽 코앞 폭탄테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1면

중국 베이징(北京) 올림픽 개막을 나흘 앞둔 4일 중국 서부 신장(新疆)위구르 자치구에서 대형 테러사건이 발생해 올림픽 안전에 비상이 걸렸다. 위구르의 독립을 요구하는 테러단체의 소행으로 추정되고 있다. 최근 잇따라 중국 곳곳에서 테러 의혹 폭발 사건이 터진 데 이어 이번 사건이 발생하자 중국 공안당국은 안전 조치를 한층 강화하는 한편 테러단체 색출에 나섰다. 그러나 올림픽 경기가 베이징 이외에 홍콩·칭다오(靑島)·톈진(天津)·상하이(上海), 선양(瀋陽)·친황다오(秦皇島) 등 6곳에서도 열릴 예정이어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날 오전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카스(喀什·카슈가르)시에서 터진 폭탄 테러 사건으로 인해 무장 경찰관 16명이 사망하고, 16명이 다쳤다고 중국 관영 신화(新華)통신이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무장 괴한 2명이 오전 8시쯤 덤프 트럭을 몰고 훈련 중이던 무장 경찰관들에게 돌진했다. 트럭이 전봇대를 들이받은 뒤 멈춰 서자 이들은 차에서 내려 경찰 막사를 향해 수류탄을 던졌다. 경찰관 14명이 현장에서 즉사하고 나머지 2명은 병원으로 옮겨진 뒤 숨졌다. 괴한들은 현장에서 흉기를 휘두르며 저항하다 공안에 붙잡혔다.

앞서 신장의 수도 우루무치(烏魯木齊) 공항에선 3일 오후 폭파범으로 의심받을 만한 승객들이 적발됐다. 공안은 이날 충칭(重慶)행 중국민항 CA 4156편 비행기를 탄 승객 3명의 오른쪽 손가락에서 폭발물을 만진 흔적을 발견해 이들을 구금했다. 공항 안전요원은 “폭발물 흔적이 발견된 승객은 30세 전후로, 현재 신문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공안은 4일 체포한 테러범들의 신원에 대해 함구하고 있지만, 베이징의 공안 관계자들은 신장 내 테러조직인 동투르키스탄 이슬람운동(ETIM) 세력의 조직원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공안은 이미 ETIM이 1일부터 개막일인 8일까지 테러 공격을 하려 한다는 첩보를 입수한 바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공안은 지난달 카스시에서 국제 테러조직 12개를 적발했다고 발표하는 등 이들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을 벌여왔다.

그러나 지난 5월 이후 상하이의 버스 폭발 사건, 윈난(雲南)성 쿤밍(昆明)의 연쇄 폭발 사건, 원저우(溫州)시 경찰서 습격 사건, 광저우(廣州)시 플라스틱 공장 폭발 사건 등 테러 의혹 폭발 사건이 잇따라 발생한 데 이어 이번 사건이 터지자 중국 정부는 초비상 사태에 돌입했다. 4일 테러 사건 후에는 신장과 이웃 티베트(西藏)자치구는 물론 베이징에도 최고 경계 수준인 적색경보가 발령됐다. 우루무치 지역의 소식통은 “우루무치에서는 벌써부터 위구르인 거주지에 대한 은밀한 수색이 시작됐다”고 전했다.

베이징= 진세근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