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 그룹 '넥스트'리더 신해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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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어떤 영역과 또다른 영역의 경계선에 자신의 존재를 설정하고 있는 자에게는 끝없는 긴장이 요구된다.실험그룹을 표방하는 록 밴드 「넥스트」가 음반을 낼 때마다 일정한 음악적 성취를 거두면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것은 그들이 언더그라운드와 오버그라운드의 중간지대에 선 「경계인」이기 때문일 것이다.어떻게 보면 아슬아슬한 줄타기같기도 하고 철저한 이미지 관리를 통해 상품가치를 높이려는 고단수의 전략으로 보이기도 한다.지난해 하반기에 나온 역작 『世界』로 한국을 대표하는 록 밴드로 우뚝 선 「넥스트」의 리더 신해철은 서슴없이 자신을 박쥐에 비유했다.고독한중간자랄까.
신해철은 이미 상업적으로 대성공을 거둔 인물.최소한 30만장의 판매고를 보장하는 흥행 보증수표인데다 수천석 규모의 체육관공연도 빈자리가 없어 돌아가는 이가 더 많을 정도로 열성팬을 두텁게 확보하고 있다.하지만 음악적 지향점과 실 험정신은 언더그라운드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그런 신해철에게 공중파 방송들은 일제히 오버그라운드로 올라설것을 권유했다.대마초로 인한 오랜 출연규제를 철회하고 특집프로그램 출연을 제의하는가 하면 4월부터 시작된 신설 FM프로그램의 사회자로 「모시기도」 했다.하지만 그는 방송 사들의 유화적인 손짓이 여전히 달갑지 않은 듯하다.『어차피 TV에는 특별한경우를 제외하곤 나가지 않을 것』이라며 『해금이란 일방적 용어만은 피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요즘 그는 본업인 「넥스트」의 활동을 잠깐 쉬면서 방송진행과후배가수들의 음반제작작업,영화 『정글스토리』의 음악등으로 그야말로 눈코뜰 새 없는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무엇보다도 그가 심혈을 쏟고 있는 것은 최근 군복무를 마친 윤상과 의 공동음반.
아직 본격작업을 시작하기도 전에 지대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새스타의 의기투합은 정통 테크노 음악을 해보려는 시도다.테크노 음악이란 컴퓨터 프로그래밍과 신시사이저에 의해 인공적으로 만들어내는 음악을 말한다.
신해철의 음악을 이끌어나가는 축은 록과 테크노의 결합이다.「넥스트」 이전 시절,그러니까 88년 대학가요제 대상을 받으면서화려하게 데뷔하던 「무한궤도」시절부터 그의 관심은 컴퓨터 음악쪽으로 쏠려 있었다.록 밴드로선 파격적으로 3대 의 키보드를 사용했고 출세작 『그대에게』의 압권도 장중한 키보드 연주였다.
그는 당시의 음악수업과정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지금까지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을 공개했다.
『88년 대학가요제에 나가기 전 강변가요제에 나간 적이 있어요.본선에도 못올라가고 최종예선에서 탈락했죠.하지만 그때 정석원(지금 015B 멤버)을 알게 된게 행운이었습니다.비록 그도예선탈락했지만 건반연주가 탁월했죠.몇달후 정석원 을 설득,「무한궤도」의 멤버로 가담시켜 대학가요제에서 대상을 받았죠.대학졸업후 다른 멤버들은 아마추어로 남겠다면서 흩어졌지만 결국 정원석은 015B를 만들어 본격적으로 음악에 뛰어들더군요.』 「무한궤도」 해산후 솔로로 나서 『슬픈 표정 하지말아요』로 소녀취향의 우상 스타가 된 그는 『재즈 카페』가 수록된 솔로2집에서음악적 방향을 선회했고 세장의 「넥스트」 음반을 거치면서 완성도를 더해왔다.
글=예영준.사진=오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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