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달아 높이곰 돋아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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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쌍화점(雙花店)』은 가장 에로틱한 고려가요다.
놀랄만큼 자유분방한 이 프리 섹스의 노래는 고려 제25대 충렬왕(忠烈王)때 음악에 맞춰 춤과 함께 읊어진 것이라 한다.궁중연희(宮中演戱)였다는 데 더욱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쌍화점이란 당시의 만두가게다.
만두가게에 만두 사러 갔더니 집 주인인 회회(回回)아비가 손목을 쥐더라…는 엉뚱한 장면에서 노래는 시작된다.회회아비는 몽고인 또는 아랍인을 가리킨다니 요컨대 외국인이다.
『만두가게에 만두 사러 갔더니 회회아비가 내 손목을 쥐더라.
이 말이 가게 밖에 나면들면 다로러 거디러 조그마한 새끼 광대 네 말이라 하리라.
더러둥셩 다리러디러 다리러디러 다로러 거디러 다로러 그 자리에 나도 자러 가리라.
위 위 다로러 거디러 다로러 그 잔 데같이 울창한 것이 없더라….』 노래는 4절까지 있다.
삼장사(三藏寺)라는 절에 불을 켜러 갔더니 그 절의 주인이 내 손목을 쥐더라는 것이 2절.우물에 물을 길러 갔더니 우물의용이 내 손목을 쥐더라…가 3절.4절은 술 파는 집에 술 사러갔더니 그 집 주인이 내 손목을 쥐더라…로 되 풀이 돼있어 장소와 상대가 다를 뿐 노래 형식은 똑같다.
아리영이 이 옛노래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원문의 율동적인 가락 때문이다.프리 섹스의 노래다웠다.
『상화점에 상화 사라 가고신딘 회회아비 내 손모글 주여이다.
이 말삼이 이 점 밧긔 나명들명 다로러 거디러 죠고맛간 삿기광대 네 마리라 호리라.
더러둥셩 다리러디러 다리러디러 다로러 거디러 다로러 긔 자리에 나도 자라 가리라.
위 위 다로러 거디러 다로러 긔 잔 데가티 거츠니 업다….』「뜻이 없는 사설(辭說)」이라는 구절이 많은 것도 관심을 끌었다. 「다로러 거디러」란 무엇인가.「더러둥셩」은 무엇이고,「다리러디러 다로러」는 또 무엇인가.
뜻이 없는 후렴이라던 『정읍사(井邑詞)』의 「어긔야 어강됴리아으 다롱디리」에도 뜻이 있지 않았던가.
다로러 거디러… 더러둥셩… 다리러디러 다로러… 위 위 다로러거디러 다로러… 「뜻이 없는 말」이 한 노래 안에 이렇게 많을수가 있는가.이 주문(呪文) 같은 노래마디에도 분명히 뜻이 있을 것이다.혹시 성(性)행위를 묘사한 대목은 아닐까.
술로 빚는 밀가루 만두 「쌍화」를 찔 때마다 아리영은 이 노래 생각을 했다.
글 이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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