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자동차 ‘빅3’ 생존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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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의 지난달 자동차 판매가 고유가와 경제 침체로 16년 만에 최악을 기록했다. GM 등 미국 ‘빅3’의 판매가 곤두박질해 지난달 점유율이 역대 최저치로 밀렸다. 빅3의 적자가 커지면서 생존마저 위협받는 상황이다.

도요타·혼다 등 승승장구하던 일본 업체들도 판매 실적이 후퇴했다. 대형차의 천국이던 미국의 소비자들도 소형 승용차로 갈아타고 있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나 픽업처럼 ‘기름 먹는 하마’는 외면당하기 시작했다.

조사전문회사인 오토데이터에 따르면 미국의 7월 자동차 판매는 113만6176대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3.2% 줄었다. GM의 판매가 26.1% 줄어드는 등 빅3의 시장점유율은 43.3%에 그쳤다. 반면 일본차 점유율은 43%로 높아졌다. 한국차(6%)까지 합치면 아시아 업체들의 점유율이 절반에 육박한다. 중·대형차가 많은 도요타(-11.9%)·혼다(-1.6%)의 미국 판매도 줄었다. 현대·기아자동차의 경우 판매가 2.1% 줄긴 했지만 프라이드·쎄라토 같은 소형차의 인기로 시장점유율 6%대를 기록하며 선전했다.

판매 부진의 여파로 GM은 2분기에 155억 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 회사 100년 역사에서 셋째로 나쁜 실적이다. 빅3는 특별 대책을 속속 내놓고 있다. 중고차 손실이 커져 리스 프로그램을 중단하기로 했다. GM은 트럭·SUV 공장의 가동 중단과 폐쇄를 발표했다. 포드는 사무직의 감원·전직 유도로 고용비용을 15% 줄이기로 했다.

하지만 시장의 평가는 비관적이다. 미국의 국제신용평가 회사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지난달 31일 빅3의 신용등급을 모두 B에서 B-로 낮췄다. 앞서 메릴린치는 GM의 파산 가능성을 경고하기도 했다.

심재우·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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