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쇳물’내손으로 … MK 꿈 영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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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 회장이 지난달 28일 충남 당진 일관제철소 건설 현장을 둘러보며 진행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현대제철 제공]

 지난해만 해도 허허벌판에 ‘항타기(파일 박는 중장비)’ 소리만 요란했던 현장은 확 달라져 있었다. 1일 기자가 찾은 충남 당진의 현대제철 일관제철소 건설현장은 무더위를 무색하게 할 정도의 용광로 같은 활력을 느끼게 했다. 하루 평균 4000여 명의 현장 인력이 흘린 땀방울은 1년 만에 거대한 구조물들을 곳곳에 올렸다. 2006년 10월 기공 후 20개월 만에 180만㎡에 달하는 부지의 조성률은 96%에 달했다. 총 공정률도 25%를 넘어 공정진행표상의 막대그래프는 모두 계획을 앞지른 것으로 나와 있었다. 지난달 28일 이곳을 찾은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 회장은 연신 흐뭇한 표정이었다고 한 임원은 전했다. 일정표대로 착착 진행되는 제철소의 전경이 멋있게 보였을 것이다.

일관제철소를 상징하는 고로의 윤곽이 뚜렷이 잡히기 시작했다. 고로 본체의 높이는 50m인데, 연간 400만t의 쇳물을 생산할 1호기는 30m 넘게 모습을 드러냈다. 총 10단의 본체 가운데 7단까지 세워진 것. 현장을 지휘하는 오명석(사업관리본부장) 전무는 “10월 15일 무난히 본체를 완공할 수 있다. 2010년 1월 불씨를 집어넣어 쇳물을 볼 날이 손꼽아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고로에 뜨거운 바람을 불어넣는 열풍로 3기 또한 바로 옆에서 장중한 면모를 나타냈다. 750t까지 번쩍 들어올리는 크롤라 크레인도 대역사 현장에서만 볼 수 있는 장관이다. 이 기중기의 하루 대여료가 1000여만원을 호가한다고 한다.

현대제철이 특히 내세우는 자랑거리는 밀폐형 원료처리 시설이다. 40%의 공사 진척을 보이는 이 시설은 원형 저장고 5동과 선형 저장고 8동으로 이뤄진다. 철광석을 저장하는 원형 저장고 하나의 직경이 120m, 높이는 60m다. 돔구장 5개가 한군데에 모여 있는 장관이다. 선형 저장고에는 18∼55m 간격으로 격벽이 세워져 철광석과 각종 유연탄·석회석 등의 원료를 저장한다. 대개의 제철소에서는 이런 원료를 야적장에 쌓아놔 가루가 날리고 악취를 풍겨 인근 주민의 민원거리가 돼 왔다. 오 전무는 “대만의 화력발전소에서 유연탄을 밀폐형으로 처리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철광석은 처음”이라고 했다. “밀폐 공간에 원료를 쌓아 두면 토지 효율을 높여 필요한 땅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제철소 가동 인력의 양성도 순조롭다. 3월부터 내년까지 고로·제강·열연 등 8개 부문에 걸쳐 한 달에 400명씩 독일 티센크루프스틸 현장에서 조업연수를 받고 있다. 연구 인력은 연말까지 150명을 더 충원하기로 했다. 지난해 3월 문을 연 현대제철연구소에는 이미 17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쇳물을 생산해 자동차용 강판 등의 제품을 만들어내는 공정 연구와 새로운 것을 개발하는 제품 연구가 활발하다.

권문식 사장은 “당초 예산은 5조2400억원이지만 세번째 고로를 짓기 위한 토지 구입비와 원부자재 값 상승분을 충당하려고 6000억원을 증액했다”고 했다. 3조1400억원을 내부에서 마련하고 2조7000억원을 외부에서 차입해 자금 조달이 끝났다는 설명이다.

옛 한보철강 부지 바로 옆에 세워지는 당진제철소는 1단계로 2010년 고로 1호기, 2011년 2호기를 완공해 연간 800만t의 철강재를 생산할 예정이다. 2015년 고로 3기를 마저 지어 연산 1200만t 체제를 완성할 계획이다. 권 사장은 “이곳은 산업입국이라는 현대의 DNA(유전자)가 녹아 있는 곳”이라고 했다. 그는 또 “2년 뒤 우리나라는 매년 1000만t의 철강재를 수입해야 한다”며 “우리가 만들어 낼 쇳물 800만t은 국가의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진=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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