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록, 박성화팀 메달 항해 ‘조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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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호주와의 평가전에서 전반 24분 보여준 오른발 감아차기 결승골은 베이징으로 향하는 박성화팀에 커다란 선물이었다. 이날 마지막 평가전에서의 선제 결승골로 팀 승리를 이끈 신영록은 “올림픽팀에서 넣은 첫 골이다. 더 많은 골로 팬들을 즐겁게 하고 싶다”고 감격했다. 내심 박주영(23·서울)-이근호(23·대구)를 본선 선발 투톱으로 생각했던 박성화 감독은 다시 이들 3명을 두고 퍼즐을 맞추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박 감독은 “박주영이 골을 넣지 못해 아쉬웠지만 신영록이 골을 넣어 만족한다”며 “중국 현지에서 최고의 컨디션을 보인 선수를 카메룬과의 첫 경기에 투입하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호주 올림픽 대표팀과의 평가전에서 선제 결승골을 터뜨린 신영록이 관중석을 향해 골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 감독이 더욱 기분 좋은 까닭은 신영록의 분발로 코트디부아르전에서 오른쪽 갈비뼈를 다친 김승용(23·광주)의 공백을 메울 묘안을 찾았기 때문이다. 김승용이 회복하지 못할 경우 박주영-신영록 투톱을 가동하되 이근호에게 김승용의 왼쪽을 맡기는 히든 카드를 보유한 것이다.

신영록의 강점은 무엇보다도 유럽 선수들에게도 밀리지 않는 강한 몸싸움과 파괴력이다.

흔히 말하는 ‘부술 줄 아는’ 스트라이커다. 2003년 서울 독산동 세일중을 다니다 말고 수원에 입단한 K-리그 6년차로 경험이 풍부할 뿐 아니라 두 차례 세계청소년선수권에서 3골을 뽑아내는 등 큰 대회에서도 강한 면모를 보여 왔다. 스페인의 축구 전문지 돈 발론(Don Balon)은 지난달 말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 세스크 파브레가스(아스널) 등 세계적인 스타들과 함께 그를 베이징 올림픽에서 주목해야 할 세계 축구 유망주 100인 중 한 명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올 시즌 K-리그에서 6골을 뽑아내며 주전 자리를 꿰찬 그였지만 올림픽팀에서는 6경기를 뛰면서도 한 골도 뽑지 못해 그간 마음고생이 심했다.

호주전이 있기 전날 자신의 인터뷰 차례가 돌아오자 미디어 담당관에게 “아직 골이 없다. 골을 넣겠다는 생각밖에 없다”며 정중히 사양했던 그는 호주전이 끝난 뒤에는 “경기 전날 매번 인터뷰해야겠다”면서 웃었다. ‘인터뷰=득점’이란 새 징크스를 발견한 것일까.

그의 손에는 땀에 전 검은색 머리띠가 놓여 있었다. 올 초 소속팀 동료인 마토에게서 선물받은 것인데, 머리띠를 착용하고부터 골이 터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머리띠를 쓴 그를 두고 수원 팬들은 “첼시의 코트디부아르 출신 디디에 드록바와 비슷하다”며 ‘영록바’란 애칭을 붙여줬다. 1일 외출을 허락받은 그는 서울 목동의 집을 찾아 어머니가 해주는 따뜻한 밥상을 받으며 모처럼 쉬었다. 그는 “머리띠를 두르고 나서 드록바 같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데 기분이 좋다”며 “공격수는 골로 말한다. 올림픽에서도 골로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최원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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