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는한국땅’원상회복] 외교부 “지옥 다녀온 기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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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환 외교부 장관은 이날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를 만나 “미국 정부가 신속하게 행동을 취해 감사하다”며 인사를 건넸다. 유 장관은 이 자리에서 독도 표기가 원상회복된 미 국방부 산하 국립지리정보국(NGA)의 지명 검색 결과 출력물을 들어 보이면서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외교부는 특히 예상치 못한 미국의 신속한 조치에 놀란 표정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부시 대통령의 검토 지시 소식에 좋은 결과를 기대했지만 조치가 이렇게 빨리 이뤄질지 몰랐다”며 “지옥에 다녀온 기분”이라고 말했다.


독도 표기가 원상회복됨에 따라 외교부는 ‘외교라인 문책론’도 자취를 감출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 전날 이명박 대통령이 “(우리가) 일희일비해 조금 잘못하면 너무 자책하고 우리끼리 이렇게 하면 상대방(일본)이 웃지 않겠느냐”고 밝힌 데 이어 이날 청와대는 ‘문책이 능사가 아니다’고 못 박고 나섰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애당초 문책 사유가 있었는지 모르지만 여러 변화와 상황 진전이 있다”며 “일이 생겼다고 해서 사람을 문책하는 게 능사가 아니다”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실무적 차원에서 소홀한 측면이 있으면 주의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책할 일이 있으면 즉시 문책하는 게 맞다”(홍준표 원내대표)던 한나라당도 이날 입장을 180도 바꿨다. 박희태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독도 문제가 우리에게 오히려 전화위복의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몽준 최고위원은 “우리 외교부 장관과 대사가 수고 많이 했고, 부시 대통령에게 감사 말씀드린다”고 했다. 반면 야권은 “외교안보 라인은 독도 문제뿐만 아니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쇠고기 협상 등 실책을 범했기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이 상황을 직시해야 한다”(정세균 민주당 대표), “조속한 시일 내에 외교안보 라인은 물론 정책 혼선으로 국민 경제에 충격을 가한 경제라인까지 반드시 경질해야 한다”(박선영 자유선진당 대변인)고 주장했다.

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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