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가 시중에 떠도는 자금압박설의 진화에 나섰다. 31일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열린 금호아시아나의 2분기 실적 발표회장엔 오남수 그룹 전략경영본부 사장과 서종욱 대우건설 사장, 이연구 금호산업 사장 등 그룹 사장단이 참석해 그룹의 현금 보유 현황과 차입금 규모 등을 공개했다.
그룹 측은 이날 유휴자산을 처분해 4조5740억원의 자금을 확보하는 내용의 고강도 자구책을 내놓았다. 이로써 대우건설 인수 후 계속 불거져온 자금압박설을 잠재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자금압박설의 근원은 최근 금호아시아나의 공격적인 확장 행보에서 찾을 수 있다. 인수합병(M&A) 시장의 최대어로 꼽히던 대우건설(2006년)을 6조4000억원에, 올 초 대한통운을 4조원에 각각 사들였다. 인수전에서 이기며 몸집은 크게 불렸으나 그룹의 규모나 자금력을 감안할 때 무리수가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다.
금호아시아나는 부족한 인수자금을 풋백옵션을 통해 메웠는데 이게 최근 부담을 주고 있다. 풋백옵션이란 주식을 인수한 측에서 사전에 정한 가격으로 일정 기간 뒤에 되팔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지난달 30일 금호아시아나 전 계열사 주가가 급락하며 위기설을 증폭시킨 것도 금호타이어 지분 10.7%를 보유한 2대 주주 쿠퍼타이어&러버컴퍼니의 풋백옵션 행사가 발단이 됐다.
쿠퍼타이어가 계약대로 주당 1만4650원에 주식을 되팔면 금호 측은 약 400억원의 손실을 안게 된다. 금호타이어의 31일 종가가 8020원으로 옵션 행사가격에 크게 못 미치기 때문이다.
금호아시아나는 대우건설 인수 때도 이 회사 주식을 담보로 한 풋백옵션으로 18개 금융회사에서 3조원을 지원받았다. 2009년 12월 15일 이후 대우건설 주가가 3만2080원을 밑돌면 이 가격에 되사줘야 한다. 31일 대우건설 주가는 1만4150원으로, 18개 금융회사가 동시에 옵션을 행사할 경우 약 3조원이 필요하다.
금호아시아나 장성지 전무는 “대우건설은 최악의 경우 3조원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이 같은 상황을 미리 충분히 대비해온 만큼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금호아시아나는 이날 내년 상반기까지 각 사업부문의 핵심 계열사별로 자산매각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대우건설은 2조124억원, 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금호산업은 1조1505억원, 아시아나항공은 1조4111억원의 자금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장 전무는 “영업을 통해 빚을 충분히 갚을 수 있지만 현금 확보가 시장 우려를 잠재우는 데 더 효과적이라는 판단에 따라 이번 계획을 발표하게 됐다”며 “계열사들이 매년 창출하는 현금 규모가 크고 부채비율도 다른 그룹과 비교해 양호한데 왜 이 같은 루머가 계속 떠도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금호아시아나는 4조4000억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으며, 차입금도 그룹 전체 자산 36조7000억원의 38.3%인 13조5000억원(순차입금 9조1000억원)이다. 차입금 의존도 측면에서 국내 10대 그룹과 비교해 양호한 수준이라는 게 그룹 측 설명이다.
안혜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