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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앞다퉈 '영화판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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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기업들이 대박의 꿈을 안고 영화판으로 달려가고 있다. 올 1분기 한국 영화의 극장 점유율이 70%가 넘는 등 국내 영화산업이 호황을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영화 관련 기업인 CJ엔터테인먼트와 플레너스는 이미 자리를 잡았고, 그 밖에 상장 또는 등록된 회사 가운데 영화 제작.투자.배급 등을 주요 사업으로 한 회사만 10여개에 이른다. 다음달에는 수익증권 형태로 일반인에게 판매하는 영화펀드도 선보일 예정이어서 간접투자시장에까지 영화의 위력이 불어닥칠 것으로 보인다.

◇어엿한 테마로 부상=삼우통신공업은 최근 코스닥 등록업체인 지니웍스로부터 영화 투자회사인 아이픽처스의 지분 40%를 인수했다.

통신장비를 만드는 삼우통신공업은 지난해 말 스포츠투데이의 지주회사인 넥스트미디어그룹이 지난해 12월 경영권을 인수한 뒤 엔터테인먼트와 미디어 회사로 변신을 시도 중이다.

'태극기 휘날리며'를 만든 강제규필름과 '공동경비구역 JSA'의 명필름은 올해 초 거래소 상장기업인 세신버팔로를 인수해 최근 회사명을 MK버팔로로 바꾸고 영화에 전력 투구하기 위한 진용을 갖췄다. 우회상장이란 방식을 택하긴 했지만 영화사가 증시에 상장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컴퓨터 서비스 회사인 씨큐리콥은 영화제작사인 싸이더스를 자회사로 편입했다.

소프트웨어 제작 회사인 보이스웨어도 영화제작사인 튜브엔터테인먼트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밖에 포이보스.선우엔터테인먼트.지니웍스.케이디미디어 등도 이미 다수의 영화에 투자했으며, 영화 사업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DVD 타이틀을 제작하는 업체까지 합치면 거래소와 코스닥에서 영화와 관련된 회사만 14개사에 이른다.

그러나 '영화사업'이란 이름만 믿고 섣불리 투자에 나서기엔 위험 요소가 너무 많다는 게 증시 전문가의 분석이다.

LG투자증권 이왕상 연구원은 "연간 4000억원 가량이 영화에 투자되는데 실제로 영화로 수익을 얻는 업체는 몇개 되지 않는다"며 "단순히 영화산업에 진출한다는 사실에 현혹되지 말고 어떤 수익구조를 가졌는지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해에 100여편의 영화가 제작되지만 그나마 손실을 보지 않는 영화는 많아야 20여편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영화펀드 출범=KTB자산운용이 주로 영화에 투자하는 엔터테인먼트펀드를 만들기로 한데 이어 한국투신운용도 영화펀드를 준비 중이다. KTB는 설정액의 50%를, 한투는 30%를 영화에 투자하고 나머지 자산은 채권 또는 우량주에 투자할 예정이다.

한투운용 서현우 상품개발팀장은 "영화펀드가 만들어지면 소액 투자자들로부터 대규모의 자금 모집이 가능하기 때문에 좋은 영화에 대한 선별 투자가 가능해 그만큼 펀드의 안정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또 "고수익이 가능하지만 그만큼 위험이 많았던 창업투자조합의 영화펀드와는 성격이 다르다"는 말도 덧붙였다.

KTB와 한투 모두 초기 설정액은 300억원 정도로 하되 판매와 운영실적에 따라 모집금액을 늘려갈 계획이다.

현재 간접투자 자산운용업법은 시행됐지만 금융감독원의 감독 규정이 확정되지 않아 실제 투자자들은 다음달 중순께나 영화펀드를 접할 것으로 보인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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