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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0억 쓰고 투표율 15%대 … 직선 교육감 대표성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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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주민 직접선거로 처음 치러진 서울시교육감 선거의 최종 투표율은 15.47%였다. 320억원 이상을 쓴 선거에 서울 유권자 808만4574명 중 겨우 125만1218명이 투표했다. 세금 낭비는 물론 대표성에도 문제가 있는 것이다.

교육감 선거는 일부 학부모와 교사 등으로 구성된 학교운영위원이 뽑는 간선제로 치러져 왔다. 금품수수·파벌싸움 같은 폐단이 생기자 국회는 2006년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열린우리당 발의)을 개정해 직선제로 바꿨다. 주민들이 직접 교육감을 뽑아 교육정책에 참여하도록 하고 지방교육 자치를 다진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직선제는 겉돌고 있다. 지난해 2월 치러진 부산시교육감 선거의 투표율도 15.3%였고, 충남 교육감(6월 25일) 17.2%, 전북교육감(7월 23일)은 21%에 그쳤다. 지방기초의원 보궐선거를 제외하면 모든 선거 중에서 가장 낮다. 모든 국민이 ‘교육전문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교육열은 높지만, 지역교육 책임자인 교육감에 대한 무관심이 심각한 것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최관용 공보담당은 “휴가철인 데다 대선과 총선 등 잇따른 선거로 유권자들이 피로감을 느낀 것 같다”며 “교육감 직선제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자리잡지 못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특히 이번 선거는 정책 대결보다 보수·진보 간 대결 양상을 보였다. 또 후보 자격을 교육 경력이 있는 이들로만 한정하면서 일반인에게 알려진 인물이 적었다.

또 정치권·교원단체·노동단체도 양분돼 네거티브 선거전이 됐다. 동국대 조상식(교육학) 교수는 “헌법은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명시하고 있으나 정치권과 보수·진보 세력이 선거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하면서 교육의 정치화를 피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교육감 직선제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여론도 일고 있다. 현재는 2010년 6월 30일까지 잔여임기가 1년 이상인 곳에서 선거를 하고 있다. 12월 17일에는 대전교육감(임기 1년 4개월), 내년 4월 8일에는 경기교육감(1년 1개월) 선거가 예정돼 있다. 2010년 6월 말 지방동시선거와 함께 4년 임기의 교육감을 다시 뽑도록 돼 있어 임기가 짧은 것이다.

대전에는 100억원, 경기도에는 400억원 이상의 선거비를 쏟아 부어야 한다.

정치권은 법 개정에 나섰다. 이철우(한나라당) 의원 등 국회의원 14명은 최근 잔여 임기가 1년 이상이면 선거를 하도록 한 현행법 규정을 ‘1년 6개월 이상인 경우’로 변경한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선거를 하지 않고 부교육감 대행 체제로 운영할 수도 있다. 중앙대 이성호(교육학) 교수는 “투표율이 10%대에 머물면 사실상 선거의 의미가 없다”며 “교육감을 직선으로 뽑아야 하는지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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