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혁명 … 향토색 … 초현실 … 라틴 미술의 ‘총천연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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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카리브해의 청록빛 바다에서 남극의 빙하까지, 아마존강 어귀에서 갈라파고스 섬까지, 마야·잉카 원주민 문화에서 스페인 정복자들과 아프리카 노예들이 어우러진 혼성 문화까지. 남미라는 두 글자가 품고 있는 방대한 시공간만큼이나 전시는 남미 근대 미술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전시는 네 갈래다. ‘세계의 변혁을 꿈꾸다-벽화운동’(1전시실)에서는 멕시코판 민중미술을 볼 수 있다. 라틴 아메리카의 백인 지배자들에 대항해 인디오와 메스티소(백인과 인디오의 혼혈인)의 권익 옹호를 위해 일어난 1910년 멕시코 혁명은 인디오 전통 부흥운동으로 이어졌다. 풍만한 가슴을 드러내고 머리 감는 여인의 뒷모습에서 벽화운동의 거두 디에고 리베라는 멕시코의 원초적 생명력을 나타내고자 했다.

‘우리는 누구인가-라틴 아메리카의 역사와 정체성’(2전시실)에서는 라틴 아메리카 고유의 향토색 짙은 그림을 볼 수 있다. 프란시스코 나르바에스는 새까만 머리에 적갈색 뺨을 한 ‘원주민 여인’을, 펠리시아노 카르바요는 붉은 숲 곳곳에 앵무새·사슴·살쾡이 등이 숨어 있는 ‘쾌적한 여름’을 그렸다.

‘나를 찾아서-개인의 세계와 초현실주의’(3전시실)의 백미는 프리다 칼로의 방이다. 고향을 그린 ‘코요아칸의 프리다’가 애잔하다. 그에게 고향은 평생 사고 후유증과 장애를 안긴 전차 사고 현장이기도 했다. ‘뚱뚱보 그림’으로 유명한 페르난도 보테로도 친숙하다.

‘형상의 재현에 반대하다-구성주의에서 옵아트까지’(4전시실)에서는 유럽 및 북미 미술과 유기적으로 관계 맺으며 확장해온 라틴 아메리카 미술의 깊이와 넓이를 볼 수 있다. 아르헨티나와 이탈리아를 오가며 활동한 루치오 폰타나의 ‘공간개념’ 연작이나 라파엘 소토의 옵아트 작품이 대표적이다.

보험평가액만 4000만 달러(약 400억원) 수준인 121점의 걸작들은 11대의 화물항공기에 나눠 실려 국내에 들어왔다. 영화로도 일생이 잘 알려진 프리다 칼로의 경우 지난해가 마침 탄생 100주년이어서 대부분의 작품은 해외 순회 전시 중이었다. 수소문 끝에 멕시코 한 미술관의 소장품 7점을 모조리 빌려 오면서 백남준 교환전을 성사시키기도 했다.

전시를 기획한 기혜경 학예사는 “모더니즘과 전통적 요소의 갈등과 화해의 과정을 통해 라틴 아메리카의 현재를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작품은 또한 우리의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게 하는 거울”이라고 말했다.

※전시메모=11월 9일까지. 관람료(덕수궁 입장료 포함) 성인 1만원, 청소년 8000원, 초등학생 6000원. 02-368-1414.

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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