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철학자 니체가 작곡한 가곡.피아노곡 담긴 음반출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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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독일의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1844~1900)가 작곡한 가곡과 피아노곡이 담긴 음반이 출시됐다.
『프리드리히 니체』란 이름으로 필립스 레이블로 나온 이 음반은 바리톤 디트리히 피셔 디스카우(71)가 작곡가 아리베르트 라이만(60.베를린 예술대 교수)의 반주로 가곡을 부르고 이 음반의 해설을 쓴 음악학자 엘마 부데와 디스카우가 피아노 듀오를 연주해 눈길을 끈다.
니체가 뛰어난 피아니스트였고 청년시절엔 아마추어 작곡가로 활동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그가 20대 초반 대학생시절에 작곡한 14개의 가곡엔 한때 그의 음악적 우상이었던 슈만의 영향이 엿보인다.이 음반엔 니체의 가곡 외 에도 두대의 피아노를 위한 『섣달 그믐날의 메아리』『만프레드의 명상』도 함께 수록돼 있다.
『섣달 그믐날의 메아리』는 1864년 완성된 바이올린곡을 피아노 듀오로 개작한 것.당시 그는 바젤대학의 고전문학 주임교수로 원래 이 곡은 함께 하숙하던 신학자 프란츠 오버베크와 같이연주할 목적으로 작곡됐다가 1871년 바그너의 아내 코지마의 생일 선물로 헌정됐다.니체는 그해 연말 바그너가 지켜 보는 가운데 코지마와 함께 이 곡을 연주했다.
니체는 이 곡의 공개초연에서 청중들로부터 차가운 반응을 얻었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새로운 피아노 듀오곡 『만프레드의 명상』을 작곡했다.이 곡은 바이로이트 축제극장 건립기금 마련을위한 자선음악회에서 연주됐다.
한때 바그너의 신봉자였던 니체는 말년에 바그너와 결별하면서 그의 음악을 신랄하게 비판했다.또 그가 남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교향시,말러 교향곡 제3번 4악장,델리우스의 레퀴엠등 많은 음악작품에 영감을 제공했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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