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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학자가 쓴 과학書2권눈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우주를 구성하는 근본물질은 무엇일까.사람들의 과학적 호기심은물질의 가장 작은 단위를 찾으려는 무수한 실험과 모험으로 모아진다. 그러나 아직도 명쾌한 해답은 나오지 않은 상태.고대 현인(賢人)부터 20세기 첨단 물리학까지 이같은 인류의 궁극적인의문을 풀려는 시도가 끊임없이 이어졌지만 아쉽게도 정확한 실체는 아직 베일 속에 가려져 있다.
최근 동시출간된 『교과서에서 배우지 못한 원자이야기』(고려원미디어刊)와 『톱쿼크 사냥』(민음사刊)은 만물의 가장 밑바탕에깔린 근본입자를 찾으려는 인류의 기나긴 여정을 압축적으로 설명한 교양서다.
자연과학에 대한 높은 관심을 타고 이 분야에 대한 외국전문가들의 저작이 다수 소개됐지만 우리 학자의 손으로 일반인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꾸며진 도서가 드문 현실에서 나와 눈길을모은다.두 책 모두 난해한 수식이나 이론을 자제 하고 다양한 삽화와 그림을 실어가며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건양대 화학과 정규성교수가 선보인 『…원자이야기』는 우리가 상식적으로 물질의 근본단위로 알고 있는 원자를 둘러싼 과학자들의 업적을 살펴보고 있다.또한 흔히 마주치는 옛날 이야기나 설화,문학작품,그리고 과학자들의 숨겨진 일화도 곁들 이며 자연스럽게 원자의 신비스런 세계로 안내한다.
이야기는 바닷가에 널린 모래알로 시작된다.이어 최초의 원자론을 구상했던 그리스 철학자 데모크리토스,색맹임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쪼갤 수 없는」개념으로서의 근대적 원자론을 제창했던 영국과학자 돌턴에 이어 톰슨.러더퍼드.플랑크.슈뢰 딩거.모즐리.보어.하이젠베르크.페르미.아인슈타인.오펜하이머 등 걸출했던 연구가들의 공과를 낱낱이 언급한다.
원자폭탄 개발을 지휘했으나 그 폐해를 절감하고 수소폭탄 개발에 반대하다 불명예퇴진을 당하는 오펜하이머의 일화는 과학과 사회,그리고 윤리라는 대명제를 다시 한번 곱씹게 한다.
이렇게 해서 발견된 원자는 모두 1백여개.경북대 물리학과 김동희 교수가 펴낸 『톱쿼크 사냥』은 원자의 속을 한층더 세밀하게 들여다본다.
쿼크는 현대 물리학이 구명한 가장 궁극적인 입자.원자가 핵과이를 둘러싼 전자로 구성되고 또 원자핵이 양성자와 중성자로 이뤄졌다면 쿼크는 이 양성자와 중성자를 이루는 물질이다.지난 30년간 물리학계의 정설로 수용된 이론에 따르면 쿼크는 모두 6개가 존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톱쿼크 사냥』은 이중 마지막으로 확인된 톱(Top)쿼크를 중심으로 고대 원자론부터 현대 입자물리학까지 통시적으로 조명한다. 톱쿼크의 실체가 처음 공포된 때는 94년4월.미국 페르미국립가속기연구소가 79년 둘레가 6㎞인 거대한 가속기를 설치한지 15년만에 발견했다.77년 발견된 보텀(Bottom)쿼크 이후 17년만의 경사.저자인 金교수도 4백명에 이르 는 연구진의 한명으로 참여했다.
가속기에서 발생된 에너지는 최고 9천억eV(에너지단위).어마어마한 고압의 환경에서 톱쿼크가 방출된 것이다.
가속기의 일부인 검출기도 무게 5천에 반지름 3에 이르는 엄청난 규모다.톱쿼크의 질량은 1천7백60억eV.
반면 생명이 찰나(刹那)처럼 짧아 양성자와 반양성자 다발을 수백억번 충돌시켜야 겨우 한번 정도 검출할 수 있었다고.金교수는 빠르면 10년 안에 10조eV까지 에너지의 상한선을 높이는장치가 나와 더욱 심도있는 연구가 진행될 것이라 고 예견하고 있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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