本社 천창환기자의 스카이다이빙 체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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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엷은 안개가 서울 하늘을 뒤덮고 있다.지난10일 오후1시 경기도하남시 미사리 조정경기장 건너편 둔치에서 이륙한 헬기는 팔당호쪽으로 날아들었다.한국스카이다이빙협회 소속 회원들과 함께 봄맞이 강하에 나섰다.
고도 1만 피트(3천여).산봉우리들이 키재기하듯 솟아있다.
『낙하 1분전.』 교관의 목소리가 화들짝 긴장을 몰고온다.방풍경(고글)을 내려쓰고 호흡을 가다듬었다.우측문이 열리고 기장이 뒤돌아보며 눈인사를 건넨다.
뿌연 지평선이 시야에 잡히는가 싶더니 카운트 다운이 시작됐다. 『레디,셋(준비),고-.』 온통 바람소리 뿐이다.마치 바람속으로 빨려들어가는 것 같다.평균 시속 2백㎞의 자유낙하.허공속을 한바퀴 굴렀다.하네스(안전멜빵)로 연결된 등뒤의 교관이 어깨를 쳤다.양팔과 다리를 벌려 강하 자세를 취했다.
고개를 쳐들었으나 온몸을 휘감는 바람으로 숨이 막힐 지경이다.한장의 지도를 보는 것처럼 강과 산.도로가 언뜻언뜻 보인다.
몸을 틀어 방향을 잡자 어느새 눈앞에 카메라맨이 다가와 있다.그는 연신 셔터를 눌러댔다.
그와 4~5초쯤 마주보며 하늘에서 만남을 즐겼다.나타날 때처럼 그는 또 갑자기 사라졌다.비행기에서 이탈한지 40초쯤 흘렀다. 고도 5천피트.하네스에 찬 낙하산 개방 손잡이를 잡아 뺐다.순간적으로 진공속으로 내동댕이쳐진 것처럼 사위가 정적에 휩싸였다.별다른 충격없이 몸이 바로 섰다.질주에서 오는 긴장이 풀리고 산책나온 사람처럼 여유롭다.『기분이 어떻습니까 .』 교관 이종훈(李鍾勳.35.스카이다이빙학교장)씨가 말을 건넨다.창공에 대고 소리를 한번 질러보라고도 말한다.
『와!』 그는 국내에서 텐덤(2인승 강하)을 할 수 있는 유일한 민간인 베테랑이다.우회전,좌회전.
낙하산 손잡이를 잡아당겨 한바퀴씩 빙그르르 돌아봤다.
손을 위로 쳐들면 풍향에 따라 직진한다.시속 30㎞정도.시야가득 한강이 들어오고 도로에 서서 구경하는 사람들도 보였다.
낙하산 조정방향을 일러주는 교관의 목소리가 빨라졌다.착지 지점을 찾기 어려웠던 것.자칫 잘못하다가는 강물속에 빠질 수도 있다. 비행기 이탈지점이 한 스텝 빨라 당초 착지 예정지점에서훨씬 벗어나 있었다.별다른 풍향 감지계도 없다.몸으로 느끼는 바람 속도와 방향에 따라 비상 착륙할 수밖에 없는 상황.지상 10여에서 바람을 타고 가다 옆으로 돌아 바람을 안으 며 미끄러지듯 사뿐히 내려섰다.훈련장(미사리 둔치)보다 5㎞정도 떨어진 팔당대교 아래 강가 자갈밭이었으나 부상은 없었다.강하한지 5분만이었다.
텐덤 강하는 교관이 멘 낙하산에 실습생의 하네스를 부착해 두사람이 함께 뛰어내리는 방식.초보자들에게 고공낙하를 가장 빠른시간내 체험하게 하는 방법이다.
2~3시간 정도 훈련과정을 거치면 맨몸으로 뛰어내리는 원시성과 안전을 보장하는 장비의 과학성이 함께 어우러진 스카이 다이빙의 매력을 한껏 맛볼 수 있다.한국스카이다이빙협회((02)318-7943),한국스카이다이빙학교((02)344 3-0797).
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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