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산업현장>소프트웨어 개발업체-주노 시스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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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정말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업체 사장님이십니까.』 ㈜주노시스템 장문자(蔣文子.51)사장은 사업을 시작한 이래 줄곧 이런질문을 받아왔다.
여자라는 점도 있지만 그보다는「그 나이에 컴퓨터를 알까」하는편견 때문이다.
주노시스템은 소프트웨어중에서도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초보단계에머물러 있는 문자인식(OCR)프로그램을 개발한 회사다.스캐너가영상을 인식하는 「컴퓨터의 눈」이라면 OCR는 문자까지 읽고 저장도 할 수있는 한단계 진보된 소프트웨어다.
이 회사가 내놓은 「스피드리더1.2」는 2백자 원고지 5장 분량의 A4용지 1장을 5초안에 읽어낸다.미국이나 일본의 최신제품보다도 3배 정도 빠르다.정확도도 99.5%에 이른다.한국문서를 다루는 외국 정보기관이나 대학에서도 주문 의뢰가 들어온다.수출도 준비중이다.
蔣사장은 10여년전 미국 미네소타주에 있는 「프락스」라는 조그만 전자회사에 주부사원으로 첫 직장을 얻은뒤 8년간 근무했다.이때 컴퓨터도 배웠고 비즈니스 감각도 익혔다.미국 하니웰사에서의 연구활동에 이어 삼성전자에서 반도체설계를 지 도했던 최현묵(崔玄默)박사와 손을 잡으면서 92년 국내에서 개인 사업을 시작했다.
『崔박사는 원래 하드웨어쪽 권위자지만 워낙 엄청난 투자가 요구되는 분야라 소프트웨어로 눈을 돌려 OCR개발에 나섰습니다.
머리 하나로 승부를 걸 수있다는 생각이었죠.』 92~95년 3년동안 4억원을 쏟아부었다.백지상태에서 출발하다보니 3~4번의실패를 겪으면서 무모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유수한 대기업으로부터 같이 일하자는 제안도 많았지만 내가 하고싶은 일을 하는데는 중소기업이 나을것 같아 蔣사장과 손을 잡았다』는 崔박사는 『그동안 하루 5시간이상 눈을 붙인 적이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어렵게 이룬 성공의 기쁨도 오래가지는 못했다.완성된 제품을 들고 용산 전자상가를 찾았지만 정작 판매에 문제가 생겼다.판매업소에서 가격의 70%를 유통마진으로 챙기려는 바람에 수중에 떨어지는 돈은 본전에도 못미쳤다.
방향을 바꿔 출판사.대학.연구소등에 일일이 제품 설명서를 보내 직접 홍보를 했다.반응이 좋았다.6개월만에 2억원의 매출을올렸다. 이 회사는 오는 6월 업그레이드된 「스피드 리드2.0」을 출시할 예정이다.올매출은 6억원으로 잡고 있다.
이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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