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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만난 ‘해수욕장 마케팅’ 열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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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해수욕장도 마케팅을 시작했다. 조개잡이 체험행사가 27일 부산 광안리해수욕장에 서 열렸다. 피서객들이 직접 잡은 조개를 자랑하고 있다. 이 행사를 위해 수영구청은 조개 2t을 구입해 해수욕장 앞바다에 뿌렸다. [부산=송봉근 기자]

 #사례 1. 전남 해남군 송지면 새마을부녀회는 31일부터 사흘간 송호해수욕장으로 가는 길목에서 관광객들에게 묵은 김치를 한 봉지씩 공짜로 주기로 했다. 새마을지도자 84명이 지난해 배추를 길러 4000여 포기를 김장해 뒀다가 이번에 선물로 쓰는 것이다. 박달명(59) 부녀회장은 “남쪽 끝 해수욕장까지 멀리 찾아 온 피서객들에게 보답하고자 김치를 나눠 주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례 2.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은 백사장 모든 지역에서 노트북 및 PDA를 무선 인터넷(‘haeundae’)에 무료로 접속할 수 있는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관광안내소 옆 건물에 모유 수유실과 메이크업 룸을 운영해 아기를 가진 주부와 젊은 여성들을 배려하고 있다.

해수욕장에도 마케팅 시대가 열렸다. 피서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하고, 피서객들을 더 오랜 시간 잡아두기 위한 각종 이벤트를 펼치고 있다.

백사장 길이가 8㎞에 이르고 물이 깨끗해 유명한 경북 영덕군 고래불해수욕장에서는 최근 ‘손님맞이 결의대회’를 하면서 이색 퍼포먼스를 벌였다. 김관용 경북지사와 김병목 영덕군수 등이 해수욕장 상인들과 주민, 공무원 등 2500여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안전사고’ ‘불친절’ ‘비위생’ ‘바가지 요금’이라고 적힌 얼음 덩어리를 망치로 깨뜨렸다. 해수욕장 서비스 개선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제주도는 ‘불만 0’ 해수욕장 만들기에 나섰다. 함덕·이호·곽지·협재·삼양·김녕 해수욕장을 운영하는 마을 단체와 협의해 파라솔·천막 임대료를 30∼40% 내리고, 야영장은 사용료를 없앴다. 일부 해수욕장이 파라솔 임대료를 비싸게 받자, 이에 대한 감독 책임을 물어 담당 국장을 직위해제하기도 했다.

전북 부안군은 변산·모항 해수욕장에 대해 입장료를 받지 않고, 샤워장·주차장·야영장 등 모든 편의시설을 무료로 사용케 하고 있다. 부안군 문화관광과 배지숙씨는 “변산의 경우 주차장(면적 1만4138㎡)을 군이 국립공원관리공단으로부터 임대, 공짜로 개방하고 있다”며 “피서객을 한 명이라도 더 유치하려는 노력”이라고 설명했다.

전남 여수시 만성리와 진도군 가계 해수욕장은 바나나보트·제트스키·요트·카약 같은 해양 레포츠의 무료 체험교실을 운영 중이다. 신안군 비금도 원평과 도초도 시목 해수욕장에서는 토요일마다 천일염 메고 20m 왕복달리기 경기를 벌여, 소금 등을 선물로 주고 있다. 최강수 전남도 해양항만과장은 “피서객들이 오래 묵고 가도록 고안된 이벤트에는 경비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남 남해 상주 은모래비치(옛 상주해수욕장)처럼 맨손으로 물고기를 잡는 행사를 여는 해수욕장도 많다. 한국관광공사가 전남 해남군 화원관광단지 안에 인공으로 만들어 최근 개장한 ‘블랑코비치’는 다음달 24일까지 비치 발리볼과 풋살 경기를 수시로 연다.

강원도 환동해출장소의 강선구씨는 “규모가 작은 마을 단위 해수욕장 중에서도 피서객이 즐겁게 지낼 수 있도록 이벤트를 선사하는 곳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글=이해석 기자
권동준 인턴기자(경북대 2년) lhsaa@joongang.co.kr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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