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빅토르 최 주연작품 "이글라" 올 여름 국내 개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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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옛소련의 전설적 록가수 빅토르 최가 주연한 영화가 국내 최초로 개봉된다.
90년 8월15일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해 27세로 세상을 떠난 빅토르 최는 저음의 절규하는 듯한 목소리로 러시아 젊은이들의 고독과 자유,사랑을 노래해 지금까지도 러시아 젊은이들로부터신처럼 추앙받고 있는 재소(在蘇)교포 3세.중견 비디오수입 유통업체인 BM코리아(대표 나상진)는 영구아트무비와 함께 첫 수입영화로 빅토르 최 주연의 『이글라(바늘)』를 선정,상영 극장이 결정되는 6월이후 개봉키로 했다.
『이글라』는 러시아내의 마약 범죄와 그에 따른 인간성 상실을그린 사회성 드라마로 변화와 개혁을 갈망하지만 무기력한 러시아젊은이들의 실상을 해부한 작품.당시로선 금기시됐던 사회주의 국가의 마약문제를 다뤄 소련 전역에서 1천5백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화제작이다.
영화는 마약 투여로 수용소살이를 했던 모로(빅토르 최)의 귀향장면으로 시작된다.모로는 친구들에게 연락하지만 모두 그를 피한다.가까스로 여자친구 지나의 집에서 묵게 된 모로는 그녀마저마약에 중독된 사실을 발견하고 이를 고치기 위해 외딴 사막과 호수를 전전한다.하지만 그녀의 담당 외과의사는 막상 그녀가 마약 투약을 거부하자 마약조직과 연계,보복을 시작하고 모로는 그들과 맞서 싸우다 칼을 맞고 죽는다.
빅토르 최는 영화를 촬영하면서 감독을 맡은 30대 신예 라슈드 누그마노프와 매일 저녁 난상토론을 벌이며 다음날 찍을 장면을 연구하는등 뜨거운 열정을 보여주었다는 후문.특히 여주인공 나타샤 라즐로고바와의 뜨거운 사랑으로 더욱 화제를 모았다.
그는 이 영화에서 자신의 그룹 「키노」와 주제가를 직접 부르기도 했는데 젊은이의 손으로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보자는 내용의 『혈액형』과 『마지막 영웅』등은 커다란 인기를 끌었다.
빅토르 최는 이 영화로 89년 황금주크영화제에서 「최고의 영화배우」상을 수상했다.황금주크영화제는 소련의 세계적 영화감독 세르게이 에이젠슈타인의 『전함 포템킨』의 성공을 기념해 만들어진 대표적 영화제.
『이글라』는 미국의 영화배우이자 감독인 로버트 레드퍼드의 초청으로 할리우드 파크시티에서 열린 국제영화제에서 스페셜 이벤트로 상영되기도 하는등 전세계 23개국에 수출됐다.
얼마전 소설가 유익서씨의 『마지막 영웅 빅토르 최』가 출간된데 이어 『하얀 전쟁』의 정지영감독이 빅토르 최의 일대기를 그린 한.러합작영화를 준비중에 있어 올 여름 영화가에 본격적인 빅토르 최 열풍이 예고되고 있다.
정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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