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교과서 두툼해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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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일본 정부가 초·중·고교의 교과서 두께를 지금의 두 배로 늘리는 개혁에 착수한다고 요미우리(讀賣)신문이 27일 보도했다. 1990년대 후반부터 본격화된 유토리(여유) 교육에 따라 얄팍해진 교과서를 다시 두껍게 만들어 학생들이 교과서만 봐도 충분히 교과 과정을 소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지금은 교과서가 너무 얇아 참고서나 학원이 제작한 별도 교재로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고 있다.

현재 초등 3~6학년 과학 교과서 4권은 총 491쪽으로 한 학년 평균 120여 쪽에 그치고 있다. 새로 개편되는 교과서는 혼자서도 충분히 학습할 수 있도록 읽을거리와 삽화·문제풀이 등이 대폭 포함될 예정이다. 국어·영어는 소설가·철학자의 명문·연설문을 대폭 인용한다. 수학·과학은 연습 문제를 풍부하게 담을 계획이다. 또 상급학년의 교과 내용을 미리 가르치도록 하는 선행학습의 범위도 초·중학교는 전체 교과의 10%, 고교는 20%로 제한했던 상한선을 철폐토록 했다.

유토리 교육은 학생들의 창의력과 종합적인 학습능력을 높이기 위해 도입됐다. 이에 따라 교과 내용과 수업시간이 대폭 줄었다. 그러나 이 때문에 학생들의 실력이 크게 저하됐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교육계는 이런 비판을 수용하면서 지난해부터 탈(脫)유토리 교육을 추진하고 있다. 수업 시간을 10% 늘리기로 한 데 이어 이번에 교과서의 두께도 정상화하기로 한 것이다. 특히 유토리 교육 이후 분량이 작아진 교과서는 공교육 붕괴의 도화선이 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총리는 최근 이런 점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공교육 정상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학습량이 늘어나면서 방학을 단축하는 학교도 등장하고 있다. 아사히(朝日)신문이 전국 1810개 지방교육위원회를 상대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들 가운데 10%가량은 올해 여름방학 기간을 단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수업시간을 늘리도록 한 새 학습지도요령이 내년부터 일부 지역에서 앞당겨 실시됨에 따라 교육 현장에서는 여름방학을 단축하는 방식으로 이를 미리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여름방학 단축 날짜는 하루에서 길게는 일주일로 조사됐다. 사흘가량 단축하는 지역 교육위원회가 가장 많았다.

도쿄=김동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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