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릉수목원 주변개발로 몸살-아파트 공사만 6곳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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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쿵쿵…와르르….』 16일 오후 경기도포천군 광릉수목림(광릉수목원 일대 2천2백40㏊.지도)에서 남서쪽으로 1㎞ 떨어진 S아파트 신축공사장.숲속에서 굴착기 서너대가 굉음을 울리고 있다.반쪽이 완전히 날아간 야산,숲속에 널린 건물자재와 쓰레기,갈아엎어 진 흙더미등….중장비 위력속에 새들은 날아가고,개구리도 울음을 멈췄다.시공사인 D건설측은 지난해부터 4백여가구가 입주할 아파트 단지를 건설하기 위해 산허리와 나무를 잘라냈다.
이곳에서 5백 떨어진 빈터에서도 S건설이 5백여가구의 아파트를 짓고 있다.광릉수목림을 중심으로 반경 2㎞이내에 이미 들어섰거나 공사중인 아파트 단지만 6곳.역시 수목림에서 북쪽으로 1㎞ 거리의 위락단지 신축 공사장.굴착기들이 논밭 1천여평을 파헤치고 있다.
공사장 주변엔 주민들이 내건 「크낙새 서식하는 광릉수목림 앞에 위락랜드가 웬말이냐」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S전기는 이곳에 대규모 놀이시설과 2층규모의 판매시설을 건설할 예정이다.수목림 북쪽 인접 지역도 카페.여관.식당 등이 경쟁적으로 들어서면서 자연환경이 망가지고 있다.
게다가 개발이 금지된 국유지인 수목림 안에 있는 육군 모부대는 지난해말부터 간벌과 군 작전을 이유로 거목을 베어내 아파트공사장에 쌓아놓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2천여만 주민의 안락한 휴식처로 「중부권의 폐(肺)」인 광릉수목림 주변이 무분별한 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이다.본사 취재진의 확인결과 개발열풍은 수목림 남쪽장현리.부평리,북쪽 이곡리.직동리,서쪽 의정부시 민락동 일대 등 사방에서 불고 있었다.
이같은 건설붐으로 인해 소음에 민감한 천연기념물 크낙새(197호).원앙새(327호)는 이미 자취를 감췄으며 장수하늘소.광릉요강꽃등 2천여종의 희귀동식물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부근 유흥업소에서 배출한 생활폐수로 수목림을 관통하는 광릉내가 오염돼 물고기와 철새가 사라지고 있다고 주민들은 말한다.
환경관계자들은 건축법상 허점이 무분별한 개발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한다.준농림지역에서 건평 2백평방이하나 3층이하 건축물을 지을 경우 허가없이 신고만으로 가능하기 때문이다.
광릉수목원을 관리하는 이진규(李鎭珪)중부임업시험장장은 『당국에서 환경영향평가를 엄격히 실시하고 건축법의 허점을 보완해야 광릉 파괴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승.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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