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남식의 동물 이야기]철새 비행의 ‘미스터리’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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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호 35면

올 3월 말 서울대공원 동물원에 대만의 타이베이(臺北)동물원에서 두루미 한 마리가 공수돼 왔다. 이름은 ‘단단(丹丹)’. 건강한 모습의 단단이 우리나라를 찾은 것은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다. 대만에선 두루미가 겨울을 나지 않기 때문에 보기 어렵다.

단단이 대만에 나타난 것은 2004년 1월이었다. 70년 만에 나타난 두루미의 모습에 대만 국민은 열광했다. 하지만 이도 잠시, 단단은 공군 비행장 근처에 있다가 산탄총에 맞아 사경을 헤매게 된다. 다행히 곧바로 총탄 제거 수술을 받고 기적적으로 살아났다. 그 후 타이베이동물원에서 지내게 된다. 그러자 단단을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좋다는 여론이 떠오른다. 하지만 두루미의 월동지가 없는 대만에선 불가능했기에 국내에 오게 된 것이다.

두루미는 국내에서 천연기념물 제202호와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으며, 국제적으로도 보호종으로 돼 있다. 시베리아의 우수리 지역과 중국 동북부 헤이룽장(黑龍江), 일본 홋카이도(北海島) 동부 지역에서 번식한다. 번식지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홋카이도 두루미를 제외하고는, 중국 남동부인 양쯔(揚子)강 하류와 우리의 철원·연천·파주 지역 비무장지대, 강화도의 해안 갯벌 지역에서 주로 겨울을 난다. 매년 수천㎞ 이상의 장거리를 성공적으로 이동해야 하는 운명을 가진 것이다.

철새가 번식지에서 월동지까지 먼 거리를 어떻게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비행하느냐는 것은 동물의 세계에서 거대한 수수께끼 중의 하나다. 많은 학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본능적 지식과 경험적 학습, 두 가지로 요약된다.

남의 둥지에 알을 낳는 뻐꾸기는 새끼를 키우는 데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도 어린 뻐꾸기는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겨울 서식지로 어려움 없이 날아갈 수 있다. 유전적으로 타고난 항법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어린 새들은 처음 비행하기 전에 서식지 주변의 지리적 특징과 랜드마크를 자연스럽게 익힌다. 이는 돌아오는 비행에서 고향을 알아볼 수 있는 수단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때로는 지구의 자기력도 이용한다. 이런 모든 항법 능력들은 일상적이고 계절적인 환경주기에 반응하고 탐지하는, 몸속의 생물학적 시계에 따라 조절된다고 한다.

복잡한 항법장치는 큰 조류인 두루미뿐만 아니라 작은 벌새에도 있다. 6000㎞ 정도를 이동하는 것이다. 장거리 이동의 으뜸으로 꼽히는 북극제비갈매기는 3개월 동안 북극에서 남극까지 2만㎞를 이동한다. 연간으로 따지면 4만㎞, 30년 이상인 수명으로 따지면 100만㎞ 이상을 오차 없이 비행하게 되는 것이다.

그간 번식지와 월동지 간 이동을 반복했던 단단이 어떻게 새로운 지역인 대만을 찾게 됐는지는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 적응할 수 있는 환경을 따라왔고 생활하는 데 불편함이 없기에 그대로 머무른 것이라 생각할 수는 있다. 다시 돌아갈 수도 있었으나 인간의 총탄이 그 꿈을 접게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내년 겨울에는 단단을 번식지로 돌려보내기 위해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다각도로 연구하고 있다. 하지만 단단의 꿈이 쉽게 이뤄지긴 어려워 보인다. 인간의 굴레에 있던 4년이 그에게는 너무나 길고 다른 세상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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