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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길 파상풍 예방주사, 어른도 맞아 둬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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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호 16면

지난해 7월 말 여름휴가를 맞아 인천에서 열린 록페스티벌에 참가했던 20대 여성 A씨. 신나게 온몸을 흔들며 즐기던 그는 공연 후 급하게 화장실로 달려가다가 물기로 미끌미끌한 철제 계단에서 그만 넘어지고 말았다. 움푹 파인 종아리 상처 때문에 병원을 찾은 A씨는 실로 몇 바늘 꿰매고 파상풍 백신주사까지 맞았다. 다음날 예정대로 부산 해운대 여행을 떠났지만 그는 “짠물에 담그면 안 된다”는 의사의 경고가 두려워 바다를 구경만 하다 돌아와야 했다.

변덕스러운 날씨와 상관없이 휴가철은 시작됐다. 찌든 일상에서 벗어나 산으로, 바다로, 해외로 나가는 여행객의 마음은 들뜨게 마련이다. 하지만 먼저 세균·바이러스·곰팡이·모기떼 등 휴가철 불청객에 대해 정확히 알고 떠나자. 모처럼 낸 휴가를 집 안이나 병원에서 보내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파상풍 일단 걸리면 치료제 없어
상·하수도 시설이 미흡한 개발도상국을 여행할 때는 물설사로 탈진 상태를 초래하는 콜레라가 문제다. 여행지에선 끓인 음식, 깨끗한 식수, 껍질 깐 과일만 먹는 걸 원칙으로 하자.

국내에서는 살모넬라 식중독이 흔하다. 여름철 음식 보관 과정에서 균이 급속히 증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음식 재료든, 조리된 음식이든 상온에 방치하는 시간을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 살모넬라균 역시 충분히 끓이고 익히면 박멸된다.

여름철에 바닷물(해수 온도 17도 이상)에서 급속히 증식하는 비브리오균은 생선·조개류 등 해산물을 날로 먹다가 감염된다. 건강한 사람이라면 며칠간 장염으로 고생하는 정도지만 간경변·만성신부전·당뇨병 등 만성병 환자나 면역 기능이 떨어지는 사람에겐 치명적인 패혈증을 초래한다. 패혈증은 제대로 치료를 받아도 30~40%가 사망하는 병이다. 다행히 비브리오균 역시 70도 이상에서 15분 이상 끓이면 제거된다.

음식 익혀 먹는 건 기본
산과 바다를 슬리퍼와 반바지 차림으로 다니다 다치면 파상풍에 걸릴 위험이 크다. 파상풍균은 흙에 존재하다 피부나 점막을 통해 인체에 침입, 테타노스파민이란 독소를 내면서 근육을 마비시킨다. 다친 지 3일~3주 내에 입을 벌리지 못해 밥조차 먹기 힘든 증상으로 시작해 결국엔 호흡마비를 일으킨다. 일단 발병하면 독소를 제거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한두 달 인공호흡기에 의존하며서 독소가 사라지고 마비가 풀리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대신 파상풍은 백신으로 예방이 가능하다. 단, 어릴 때 4회 기본 접종을 한 후 10년마다 추가 접종을 해야 한다. 영아의 필수 예방 접종 주사인 DPT의 ‘T’가 바로 파상풍(Tetanus)을 뜻한다. 만일 추가 접종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상처를 입었다면 즉시 병원에 가 백신을 맞도록 하자.

곤충기피제·모기향 등 챙겨야
휴가지마다 기승을 부리는 모기떼도 걱정거리다. 특히 아프리카·동남아시아·중남미 등 열대지역 여행객은 세 가지 질환에 주의해야 한다. 가장 심각한 병은 감염 후 심한 뇌 손상 등을 초래하는 열대열 말라리아다. 따라서 이 지역 여행객은 출발 2주 전부터 귀국 4주 후까지 예방약인 메플로퀸을 매주 한 번씩 복용해야 한다.

일단 감염되면 사망률이 60%에 이르는 황열도 아프리카·중남미 등 열대지역 모기(플라비바이러스 감염)에 물리면 걸릴 수 있다. 이 병 역시 여행 출발 10일 전에 검역소나 대학병원 감염내과에서 백신을 맞으면 예방할 수 있다.

최근 동남아 지역 여행객을 중심으로 발병자가 증가하는 뎅기열도 모기에 물려 발생한다. 뎅기열은 예방법이 없는 데다 병을 옮기는 모기가 말라리아 모기와 달리 낮에 활동한다. 따라서 늘 모기향 등으로 모기 접근을 막고 가능하면 낮에도 긴 팔, 긴 바지를 입고 노출 부위엔 곤충기피제를 바르는 게 안전하다. 아이들에게 발라 줘도 별 문제는 없다.

모기 대비책은 국내 여행 때도 필요하다. 우선 1993년 이후 국내에 재토착화한 3일열 말라리아에 대비해야 한다. 이 병은 고열로 고통을 주지만 열대열 말라리아처럼 치명적인 뇌 손상을 초래하지는 않는다. 유행지역(휴전선 부근, 한강 이북, 최근엔 한강 부근까지 내려옴)에서 야영할 땐 더욱 주의하도록 한다.

또 질병관리본부는 25일 일본뇌염 경보를 발령했다. 감염된 빨간집모기에게 물린 뒤 발병하는 일본뇌염은 백신 접종으로 예방이 가능하다. 첫돌 이후 처음 접종한 뒤 1~2주 후, 12개월 후, 만 6세, 만 12세 때 등 5회로 충분하다. 단, 마지막 접종 후 오랜 세월이 지난 데다 면역 기능도 떨어져 있는 노인에게는 발병 가능성이 크므로 노인층은 특히 조심해야 한다.



도움말 주신 분=한양대 의대 감염내과 배현주 교수,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송재훈 교수, 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이원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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