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책읽기Review] 사실 그대로 접근한 백범 김구 다시보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6면

올바르게 풀어 쓴 백범일지
김구 지음, 배경식 풀고 보탬
너머북스, 702쪽, 2만8000원

시인 고은 선생은 『백범일지』를 가장 감명 깊은 책으로 꼽는다. 지금도 책을 읽을 때마다 감동이 복받쳐 눈물이 난다고 한다. 이명박 대통령 등 많은 정치인도 이 책을 추천도서 1순위로 소개하고 있다. 『백범일지』는 출간된 지 60년이 넘었지만 지금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1947년 국사원에서 첫 출간된 이후 수십 종이 나왔다.

‘나의 소원’ 등 일부 내용은 교과서에 실렸다. 따라서 『백범일지』출간 자체는 새로운 뉴스가 아니다.

그럼에도 이 책은 기존의 『백범일지』와 질적으로 다르다. 원문을 해석하고 설명하는 58편의 ‘깊이 읽기’와 132건의 해설을 곁들였다. 200자 원고지 800여 매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이다. 원문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깊이 읽기’엔 기존 『백범일지』에 나오지 않는 백범의 생애,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당시 역사적 상황이 자세히 소개돼 있다. 심지어 기존 번역본의 오역이나 백범 자신의 부정확한 기억으로 인한 오류까지 잡아주고 있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백범일지』에서 ‘우리는 안동 김씨 경순왕의 후손이다’라고 한 부분은 원문에 아예 없는 내용이라고 지적한다. 원문엔 ‘우리 선조는 안동 김씨 김자점의 방계 후손으로 반역죄를 저질러 온 집안이 화를 입을 때 해주 팔봉산 밑으로 옮겨 숨어 살았다’고 돼 있다는 것이다.

백범이 죽인 일본인 쓰치다의 신분에 대해서도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백범일지』엔 일본군 중위라고 돼 있지만 어떤 자료에도 쓰치다가 육군중위라는 기록이 없다는 것이다. 이 사건을 다룬 일본공사관 기록이나 조사보고서, 조선 관리의 보고서, ‘독립신문’ 보도에 따르면 그는 조선에 장사하러 온 상인으로 돼 있다.

이처럼 이 책은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백범일지』를 다시 풀어 썼다. 백범을 신비화하기보다 균형 잡힌 시각으로 재조명했다. 있는 사실 그대로 접근한 백범은 오히려 더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집안이 불화하면 망하고, 나라안이 갈려서 싸우면 망한다. 동포간의 증오와 투쟁은 망할 조짐이다.” “우리는 개인의 자유를 극도로 주장하되 그 것은 저마다 배를 채우기에 쓰는 자유가 아니다. 제 가족을, 제 이웃을, 제 국민을 잘 살게 하기에 쓰이는 자유다. 공원의 꽃을 꺾는 자유가 아니라 공원에 꽃을 심는 자유다.”

촛불 시위, 독도 문제로 나라 안팎이 시끄럽다. 정치판은 물론 일반 국민들까지 갈려 서로 저주에 가까운 공격을 퍼붓고 있다. 백범이 귀국한 뒤 겪은 해방후의 좌우 대립이 연상될 정도다. 백범이 더욱 그리워지는 때다.

정철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