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2004] 박빙 승부에 피말리는 밤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1면

▶ 15일 밤 시민들은 밤 늦게까지 개표방송을 지켜보며 총선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광화문에서 시민들이 전광판을 통해 나오는 개표방송을 보며 일희일비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전국에서 환호.탄식.침묵이 교차한 밤이었다. 오후 6시 투표가 끝난 직후 방송사들이 일제히 출구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전국이 술렁거렸다. "당선"이라는 기쁨의 외침 뒤엔 무거운 허탈감이 다른 한편에 자리했다.

하지만 본격적인 개표가 진행되면서 곳곳에서 출구조사와 다른 결과가 나타나면서 밤늦도록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박빙의 접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호남권

○…전남 고흥-보성에서는 민주당 박상천, 열린우리당 신중식, 무소속의 박주선 후보가 개표 초기 치열한 3파전을 벌였다. 무소속 박후보의 고향인 보성지역에 대한 개표에서 박후보가 열린우리당 신후보를 한때 앞서 '옥중 당선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다.

그러나 고흥지역의 개표가 시작되면서 신후보가 선두로 치고 나왔다. 김대중 정부 시절 법무부 장관 등을 지내며 승승장구했던 민주당의 박후보는 낙선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7선을 노리던 광주시 북구갑 선거구의 민주당 김상현 후보 측은 "믿기지 않는 유권자의 선택"이라며 초상집 같은 분위기였다. 박광태 의원의 광주시장 출마로 실시된 2002년 보궐선거에서 압도적인 지지로 6선에 올랐던 김후보는 당시 무소속으로 출마한 열린우리당 강기정 후보의 재도전을 받고 일격을 당했다.

김후보는 "죽기 살기로 선거운동에 나섰으나 탄핵 역풍을 극복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정성을 다하고 최선을 다한 만큼 여한은 없다"며 패배의 아픔을 달랬다.

◆영남권

○…'지역장벽 극복'을 명분으로 대구 수성갑에서 고군분투했던 민주당 조순형 대표 측은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조대표 측은 "선거운동 막바지에 여론주도층을 중심으로 '조후보만은 살려보내야 한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며 은근히 '최대 이변'을 기대했었다.

조후보는 이날 상경하지 않고 민주당 대구시지부에서 개표 결과를 지켜본다는 계획이었으나 개표 결과가 실망스러운 수준에 멈추자 시내 모처에 머물면서 외부와의 접촉을 끊었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대표는 창원시 중앙동 선거캠프에서 개표 방송을 지켜보다 자신의 지역구는 물론 정당 지지율에서도 민노당이 약진하자 선거운동원.주민 등과 함께 축제 분위기를 만끽했다. 권대표는 방송사 출구조사가 공개되기 전에는 기도하듯 두 손을 모으는 등 초조한 모습을 보였으나 조사 결과 지역구에서 당선안정 비율로 한나라당 이주영 후보를 앞서자 비로소 밝은 표정을 지었다.

◆충청.강원권

○…신행정수도 이전 기대감에 힘입어 충북 지역 8개 선거구 모두에서 열린우리당이 돌풍을 일으켰다.

충청권의 맹주 노릇을 해왔던 자민련은 한명의 후보도 당선시키지 못하는 수모를 당했다. 총선 직전 "충북에서 유일하게 무투표 당선도 가능하다"는 전망까지 제기됐던 재선의 정우택(진천-음성-괴산-증평)후보조차 선거 한달여 전에 지역에 내려와 선거판에 뛰어든 열린우리당 김종률 후보에게 완패했다.

개표 막판까지 100표 안팎의 시소게임을 벌이며 시종 손에 땀을 쥐게 했던 제천-단양에서 송광호 후보마저 열린우리당 서재관 후보에게 패배, 열린우리당의 싹쓸이를 저지하지 못했다. 지역 정가는 "신행정수도 이전 기대감에 지역주의가 소멸됐을 뿐만 아니라 열린우리당 후보의 악재조차도 표의 향배에 영향을 주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강원 지역 8개 선거구 가운데 한나라당이 6개 선거구에서 승리, '거여 견제론'에 표심을 보여 '탄핵 심판론'을 비켜갔다.

사회부
사진=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