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과로死 갈수록 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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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44세였던 A건설회사 金모부장.그는 공기(工期)를 1개월 단축하라는 심한 독촉을 받으며 휴일도 없이 현장과 본사를 뛰어다녔다. 동료및 상사와의 갈등으로 새로운 계획서가 제때에 나오지않았고 공사장 주변 주민들은 소음과 먼지를 호소하며 金부장을 몰아세웠다.
일과는 오전7시20분 출근해 오후8시30분 퇴근하는 것으로 돼있지만 심야에도 공사장으로부터의 호출이 잦았다.
더군다나 그는 영어실력을 인정받지 못해 밤11시에는 AFKN영어학습을 해야만 했다.
그러던 어느날 金부장이 쓰러졌다.병원으로 옮기던중 숨졌고 그는 육체적.정신적 과로로 사망한 것으로 결론이 났다.
정보화사회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처럼 직장인들의 과로사가 급증하고 있다.
근로복지공단 자료에 따르면 과로사로 인정되는 뇌혈관 및 심장질환 사망자수가 92년 2백25명에서 94년 3백17명,95년3백90여명(전년대비 25%증가 추정)으로 늘어났다.입원치료의원인이 과로로 인정된 요양승인자도 3년간 1천 34명 이었다.

<그림 참조> 이는 전체 산업재해자수가 해마다 줄어드는 추세와는 상반되는 것이며 과로사가 산업재해 전체 사망자수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92년 9%에서 94년엔 12%로 높아졌다.
그나마 이 집계는 노동부의 산재승인 건수만을 나타낸 것이고 산재처리되지 않은 과로와 관련한 사망자수와 업무상 질병자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전국민주금속노조연맹(위원장 段炳浩)이15일 울산에서 연 「과로사 공청회」에 따르면 95년 울산지역에서 과로사로 인한 유족급여 신청이 20건이었는데 이중 8건만승인됐다.
연맹측은 과로사를 줄이기 위해 ▶연장근로를 하지 않아도 될 만큼의 생활임금보장▶철저한 건강검진과 작업환경측정▶과로사에 대한 업무상 질병인정기준 확대등을 촉구했다.이에대해 조정진(趙定辰)한일병원 전문의는 『열악한 근로환경과 장시간 근무,직장의 스트레스,무한경쟁위주의 경영풍토가 과로사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그는『근로시간이 준다해도 노동강도가 높아지면 과로의 원인이된다』고 덧붙였다.
근로복지공단 관계자는 『과로로 인한 사망자수가 증가하고 있기때문에 그 인정범위를 늘리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예방의학과 조수헌(趙秀憲)교수는 『육체적.정신적으로 과로를 피하는 생활태도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그는 『삶의 질을 중시하는 사회풍토와 적정 노동시간,직장내 스트레스 완화운동 전개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규화.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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