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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전지르포>26.서울 中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15일 오전7시 서울중구 성동고앞.
희미한 새벽안개가 채 가시지 않은 가운데 연신 고개를 숙이는부부가 보인다.KBS앵커출신 박성범(朴成範)신한국당 후보와 역시 KBS앵커출신 신은경(辛恩卿)씨다.출근하는 직장인들에게 인사하고 있는 것이다.
朴후보 부부가 이렇게 새벽인사를 다닌 것도 어언 두달째.이제는 등교하는 학생들이 간혹 귤.사과 같은 것을 쥐어주며 『파이팅』을 외쳐주고 간다.朴후보 부부는 TV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처음 보는 사람들도 오랜만에 만난 사람처럼 반가워한다.더군다나 부인 辛씨가 요즘 남성복 광고에 나간게 짭짤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
광고제의는 朴씨에게 왔으나 후보는 광고에 나갈수 없다는 규정때문에 광고주의 양해로 부인이 남자옷을 입었다.
『두 부부가 아주 열심이에요.한데 여긴 워낙 정대철(鄭大哲)표가 많아 쉽지 않을거요….』朴후보 부부와 막 악수를 나누고 출근하는 50대 택시기사의 말이다.
4선의 현역의원(정대철.51.국민회의 부총재)과 정치신인(박성범.55.신한국당)이 맞붙은 서울 중구의 표대결은 어느 지역보다 뜨겁다.
선친 정일형(鄭一亨.8선)박사와 합쳐 모두 12선을 한 鄭의원의 아성에 「새로운 정치」를 내세우며 정치신인 朴위원장이 도전장을 내놓고 있다.
朴위원장은 50여년을 서울의 전통 야당지역으로 닦아온 鄭의원의 깊은 뿌리에 대한 공략이 쉽지 않다고 보고 「정치 1번지」라는 과거의 명성을 빼앗긴채 서울의 낙후지역으로 전락한데 대한책임을 따진다.낡은 정치대 새정치의 대결로 몰아 갈 생각이다.
같은날 오후1시,鄭의원의 의정보고회가 열린 중구의 한 에어로빅교실. 50여명의 동네 아주머니들이 모인 가운데 鄭의원의 의정보고가 시작됐다.1월이후로 1백70번째 열린 보고회다.
『국회의원이 소방도로 하나 낼 권한 있습니까.이런 일은 구청장들이 해야할 일입니다.국회의원은 큰일,나라일을 하는 사람입니다.』 지역의 낙후성에 대한 책임을 묻는 비난의 화살을 역할분담론으로 비켜간다.
나아가 큰 정치를 해야할 큰 인물,나라일을 해야할 미래의 대통령감이라는 이미지를 부각시킨다.
그러나 두 후보 모두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어려움이 있다.사무실과 호텔이 워낙 많은 지역이라 낮이고 밤이고 좀처럼 유권자를 만나기 어렵다는 점이다.
예컨대 관내 40층짜리 롯데호텔의 주민등록상 상주인구는 1명.그러니 50명이라도 모으려면 낮밤으로 연락해야 된다.밤이면 관내 호프집.당구장.볼링장등을 찾아나서지만 대부분이 타지역 퇴근 직장인들이다.
때문에 두후보에게 있어 유권자 찾기란 보물찾기에 다름 아니다.그중에서도 10만 유권자의 57%를 차지하는 20~30대 젊은층을 누가 효과적으로 공략하느냐가 성패의 갈림길이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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