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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뮬러1'호주 그랑프리-첨단 머신들 '꿈의 질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1면

『3백50만명의 도시 멜버른이 폭발음에 휩싸였다』는 호주 언론들의 호들갑스런 보도가 과장이 아니었다.
다운타운에서 조금 벗어난 「앨버트 파크」포뮬러 원(F1)경주장으로 들어서자 자동차 엔진 굉음에 귀가 멍멍했다.잡상인들이 『이어 플러그』를 외치며 귀마개를 파는 게 엄살이 아니었다.
시내는 온통 축제분위기다.앨버트 파크로 가는 전차는 물론이고관광객들을 위한 시내 순회전차도 무료로 운행됐다.본선이 벌어진10일엔 15만명의 관중이 앨버트 파크로 몰려들었다.
올림픽과 월드컵에 이어 3대 스포츠 이벤트로 꼽히는 F1그랑프리는 모두 16전으로 벌어진다.호주그랑프리는 올시즌 첫 경기다.지구상에서 가장 빠른 자동차를 가리는 경주다.첨단을 달리는자동차 메이커들이 총출전,자존심을 건 한판 승부 를 벌이는 것이다. 메인 스타디움에는 참가 레이서들의 국기가 게양됐다.독일의 스피드 영웅 슈마허(27),영국의 데이먼드 힐(36),캐나다의 자크 빌레너브(25),프랑스의 장 알레시(32),일본의가타야마 우쿄(33),오스트리아의 게르하르트 베르거(3 7)등세계적인 레이서들이 국가의 명예를 걸고 출전했다.5.302㎞의서킷을 58바퀴 돈다.평균 시속 2백20㎞.직선코스에선 최고시속 3백20㎞로 질주한다.그리드(예선성적에 따른 스타트 라인)에 레이싱 머신들이 나타났다.페라리.르노 .야마하.푸조 등의 엔진을 장착한 머신들이 폭발음을 뿜어냈다.
강력한 우승후보는 슈마허.95월드챔피언인 그는 연봉 3천만달러에 베네통에서 페라리로 이적,첫 출전에 나섰다.슈마허의 강력한 라이벌은 윌리엄스 르노팀의 데이먼드 힐.「인디500」시리즈를 평정,올시즌부터 F1그랑프리로 나선 캐나다의 천재 레이서 빌레너브.
위성중계를 통해 전세계 7억명이 넘는 모터 스포츠 팬들의 이목이 집중된 순간이었다.녹색 스타트 신호가 점등되자 머신들이 아스팔트를 박차고 튀어올랐다.
현지언론들은 자동차란 표현 대신 머신이라 부른다.자동차라고 하기엔 워낙 많은 첨단장비가 동원되기 때문이다.
머신들이 뿜어내는 오일먼지로 자욱했다.이를 뒤집어쓴 레이서들은 헬멧의 라이저에서 필름을 떼어내 시야를 확보해야만 했다.극성 페라리팀 응원단들은 거의 까무러칠만큼 열광적으로 『슈마허』를 연호했다.
승부는 예상대로 힐,빌레너브,에디 어바인,베르거,미카 하키넨순이었다.
앨버트 파크 서킷은 호수를 끼고 설치됐다.스탠드의 관중이 레이서들에게 열광하는 동안 호수에선 요트 레이스가 열렸다.또한 하늘에선 에어쇼가 벌어지고 공원 곳곳에서는 자동차 전시회,록밴드 콘서트가 열려 관중들은 하루종일 심심치 않다.
가족들과 함께 경주장을 찾은 관중들은 대부분 소풍에 나선 분위기였다.
입장요금은 20만~25만원.일찌감치 예약하지 않으면 표를 구하기가 매우 힘들다.호주그랑프리조직위원회는 안전사고에 대비하기위해 공식요원 2천명과 자원봉사자 3천여명을 동원,완벽한 진행으로 무사히 끝냈다.
조직위의 캐럴라인 오링턴(35)은 『앞으로 호주그랑프리는 멜버른에서 10년동안 치를 계획』이라며 『소음공해를 줄이는 방안을 강구해 범시민적인 축제가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멜버른 관광당국도 그랑프리를 통해 침체된 시의 경제를 최 대한 살리고관광수입을 극대화하겠다는 계산이다.
멜버른=이순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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