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2004] 일가족 4代가 주권 행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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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17대 총선에서는 광주지역 토박이 4대가 나란히 한 표를 행사하는 등 눈길을 끄는 이색 투표자들이 많았다.


선거는 민주시민 모두가 함께하는 축제다. 선거 도우미로 나선 여고생들, 투표장에 온 경북 청도 운문사 승가대학 학생, 서울 성산동에서 아기를 안고 투표를 마친 시민의 표정엔 참여의 기쁨이 담겨있다. (사진 왼쪽부터). [신동연.조문규.변선구 기자]

○…광주에 사는 올해 105세인 문가미 할머니는 손자인 신창섭(56.전남도청 홍보담당)씨, 증손자인 재길(28)씨와 함께 오전 7시 동구 운림중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주권을 행사했다. 며느리 이우선(88)씨도 비슷한 시각, 남구 학강초교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쳤다.

文씨는 동구지역 최고령 할머니로 관내 모 후보의 선거 공보물에 등장하기도 했다.

손자 신씨는 "할머니는 역대 선거에서도 빠짐없이 주권을 행사해왔다"며 "어머니 사시는 곳이 조금 떨어져 있어 4대가 한 투표소에서 투표를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지난해 1월 탈북한 李모(30)씨 부부는 한국 국적 취득 후 처음으로 김해 북부동에서 투표했다.

李씨 부부는 "전날 후보들의 공약 등을 꼼꼼하게 살펴보고 선택할 후보를 결정했다"며 "도장은 잘 찍었는지 걱정되지만 진짜 대한민국 국민이 된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국 국적을 회복한 종군위안부 피해자인 박옥선(80)할머니도 생애 첫 투표권을 행사했다.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나눔의 집'에 거주하는 朴씨는 오전 10시 퇴촌면사무소 제1투표소에서 투표한 후 "난생 처음 투표를 해보니 가슴이 뿌듯하다"고 말했다. 경남 밀양 출신의 朴씨는 17세 때 강제로 징발돼 4년간 일본군 위안소에서 고통을 겪었으며 해방 이후 중국에서 살다가 정신대연구소 주선으로 2001년 9월 입국한 뒤 지난해 3월 한국 국적을 회복했다.

○…50년 만에 귀향한 국군포로 출신 탈북자 전용일(73)씨는 몸이 불편해 투표를 하지 못했다.

동생 수일(64)씨는 "형님이 뇌에 피가 고이는 증세로 지난달 말 수술을 받고 대구 친지집에서 요양 중이라 투표를 못하셨다"고 말했다.

○…경기도 고양시에 살면서 독도에 주민등록을 한 편부경(49.여.시인)씨도 울릉읍 도동리 울릉초교에 마련된 제1투표소에서 한 표를 행사했다. 편씨는 지난해 11월 19일 독도사랑운동 차원에서 독도가 주소지인 김성도(64.어업)씨 집에 동거인으로 주민등록을 이전한 바 있다.

지난 13일 투표하기 위해 고양에서 울릉도로 내려온 편씨는 역시 독도에서 가족이 사는 울릉도로 나온 金씨와 나란히 투표했다.

○…조선왕조 마지막 왕손인 이 석(본명 이해석.李海錫.황실보존국민연합회 회장)씨는 전북 전주시 중앙동 제2투표소에서 투표했다. 의친왕(義親王)의 11번째 아들인 李씨는 지난해 9월 조선왕조 발상지인 전주에 정착한 후 교동의 테마 한옥촌에서 민박시설 2채를 운영하고 있다.

사회부.메트로부
사진=신동연 기자 <sdy11@joongang.co.kr>
사진=조문규 기자 <chomg@joongang.co.kr>
사진=변선구 기자 <sunni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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