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구 교수 “북 핵실험 불가피한 선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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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강정구 동국대 사회학과 교수는 23일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고 핵실험을 한 것은 유감스럽지만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고 있다.

강 교수는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 주최 정전협정 55주년 기념 토론회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의 올바른 방향’이라는 발제문을 통해 “북한이 핵을 선택하는 것은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라며 “북에 대한 무조건적인 비난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핵 문제에 대한 인식을 ‘미국 유발 북핵 문제 인식’이라고 지칭하며 “국내외나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일방적이면서 균형 감각을 상실해 객관성을 잃어왔다”고 지적했다. “국내 진보 지식인이나 민주노동당을 분열시킨 ‘종북론자’들이 이에 대해서는 ‘수구냉전세력’을 능가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지속적인 전쟁 위협’이 북핵 문제를 촉발했다고 주장했다. 강 교수는 “미국은 2003년부터 비밀리에 진행해 온 ‘작전계획 5030’에 의한 전쟁을 지속하고 있었고 북한 인권법을 시행해 북한에 대한 압박을 노골화했다”며 “부시 정권 이후 가중된 전쟁 위협 속에서 북은 궁여지책으로 핵실험이라는 처방을 내렸다”고 해석했다. 그는 “북한의 핵실험은 불가피했고, 그 결과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합의를 이끌어 냄으로써 자위권 및 평화·생명권의 발판을 구축했다”고도 말했다. 북한 핵실험이 한반도 평화체제에 물꼬를 텄다는 주장이다.

강 교수는 또 “(북핵은) 전쟁 방패막이 용도로 개발된 핵무기이기 때문에 폐기하려면 완벽한 평화체제가 확립돼야 하며, (이를 위해선) 미국의 전쟁 위협 토대인 주한미군 철군과 한·미 군사동맹 폐기가 충족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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