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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정상들도 ‘야호, 여름이다’… 휴가 스타일은 제각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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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놀자형
부시·사르코지 ‘적극적으로 논다

본격적인 휴가철이다. 한 나라의 국정을 책임진 지도자도 예외는 아니다. 국가 경영이란 중책에서 벗어나 잠시 머리를 식힐 수 있는 시간은 이들에게 너무나도 소중하다. 하지만 휴가철을 맞은 주요국 정상들의 행태는 각양각색이다. 만사 제쳐두고 휴가를 떠나거나 외국에서 호화 휴가를 즐기는 ‘놀자형’이 있는가 하면 국내에서 가족들과 함께 조용히 쉬는 ‘휴식형’도 적지 않다. 반면 휴가를 포기하고 일에서 떠나지 않는 ‘업무형’도 있다.

놀자형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대표적이다. ‘휴가 전문 대통령’으로 불릴 만큼 쉬는 데 적극적이다. 4년간의 1기 임기를 끝낸 2005년 여름에 벌써 8년간 재임했던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공식 휴가 기록(335일)을 깼다고 한다. 5주간의 여름 휴가 3주째인 그해 8월 18일 336일을 채운 것이다. 그는 보통 여름에 4~5주, 겨울에 2~3주의 공식 휴가를 챙기는 것은 물론 추수감사절 휴가도 빠뜨리지 않는다. 2005년 여름 대형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남부 뉴올리언스 등을 덮쳐 수천 명의 사상자가 났을 때도 휴가를 그대로 보내다 여론의 몰매를 맞았지만 겨우 하루만 앞당겨 복귀했다. 부시의 올여름 휴가 계획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다음달 8일 베이징(北京) 올림픽 개막식 참석 이후가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늘 텍사스주의 크로퍼드 목장에서 여름 휴가를 보내 왔기 때문에 올해도 2~3주 동안 그곳으로 갈 것으로 보인다. 그는 목장에서 산악자전거를 타거나 낚시를 하고 카우보이 차림으로 픽업 트럭을 몰며 드라이브를 즐기기도 한다. 그러나 휴가 기간에는 꼭 4~5권의 책을 가져가 탐독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도 노는 것이라면 부시에게 뒤지지 않는다. 지난해 5월 당선 뒤 곧바로 지중해로 호화 여행을 떠났다. 취임 후 8월에는 첫 여름 휴가를 미 북동부 뉴햄프셔주의 위니페소키 호숫가 최고급 별장에서 전 부인 세실리아 등 가족과 2주 동안 호화스럽게 보내 구설에 올랐다. 별장 임대료만 4만4000유로(약 7000만원)인데 명품 업체 티파니와 프라다 관계자가 지급한 것으로 알려져 비난받았다. 

■휴식형
메르켈·후쿠다 ‘가족과 함께 조용히’

대부분의 유럽 지도자는 가족과 함께 조용히 쉬는 경우가 많다. 영국과 프랑스 등 유럽 정상들은 공식적으로는 일반인들처럼 5주까지 휴가를 쓸 수 있지만, 바쁜 일정 때문에 보통 2~3주 정도를 쉰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장관 시절부터 소박한 휴가를 즐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휴가만 되면 영국 땅을 떠나 미국 마이애미 해변이나 카리브해의 섬나라인 바바도스에서 몇 주 동안 요란한 휴가를 보내는 토니 블레어 전 총리와 자주 비교되곤 한다. 지난해 6월 취임한 브라운 총리는 영국 남부 도셋 해안으로 아내 사라, 두 아들과 함께 휴가를 떠났다. 도셋에서 1주일을 머문 뒤 고향인 커콜디에서 2주 정도 쉴 계획이었다. 그러나 휴가 첫날 구제역이 발생하면서 가족만 남기고 돌아와야 했다. 올해 역시 가족들과 함께 영국 내에서 조용한 휴가를 즐길 것이라고 측근들은 전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역시 유럽에서 남편과 조용히 여행하는 등 조촐하게 휴식을 취하는 편이다. 연 3주 정도의 휴가를 겨울과 여름에 나누어 쓰는 실속파이기도 하다. 올해 여름 휴가는 이달 말부터 2주 동안 떠날 예정이다. 여행광인 그는 퇴임 후에는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여행하는 것이 꿈이라고 한다.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일본 총리는 독도 문제를 일으킨 직후 6일간의 때이른 여름 휴가를 마치고 22일 공식 업무에 복귀했다. 당초 휴가 기간 중 낮은 지지도를 극복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쉬기만 했다고 한다. 그는 휴가에서 돌아온 뒤 기자들에게 “여러분의 상상과는 달리 정말 푹 쉬기만 했다. 일은 전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휴가 첫날인 16일엔 부인 기요코(貴代子) 여사 등 가족과 함께 도쿄의 자택에서 저녁 식사를 했다. 이날은 그의 72번째 생일이었다. 평소 좋아하는 와인도 마음 놓고 즐겼다고 한다.

업무형
후진타오·메드베데프 ‘일 넘쳐 포기’

중국 지도자들이 이 유형에 속한다. 중국의 당·정 최고 지도자들은 보통 여름에 동북부 발해만 연안의 휴앙지 베이다이허(北戴河)에서 업무를 겸한 여름 휴가를 보낸다. 하지만 후진타오(胡錦濤) 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올해 올림픽과 쓰촨(四川)성 대지진 처리 업무가 겹치면서 사실상 여름 휴가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8월 8~24일의 올림픽 기간 중 80여 국가 원수를 면담하는 등 분초를 나눠가며 일정을 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진 피해 복구 작업도 한창 진행 중이라 한가하게 쉴 형편이 아니다. 그래서 후 주석과 원 총리는 올여름 내내 당·정 최고 지도부의 숙소 겸 업무 시설이 밀집한 베이징의 중난하이(中南海)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된다. 자금성(紫禁城) 서쪽에 위치한 중난하이는 수목이 울창하게 우거지고 중하이(中海)·난하이(南海)로 불리는 인공 호수가 있어 휴양지 못지않은 자연 풍광을 자랑하는 곳이다.

올 5월 초 취임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도 넘치는 업무 때문에 올여름 휴가를 쓰지 못할 처지라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대부분 러시아 사람들이 2주~1개월씩 휴가를 떠나지만 메드베데프는 각종 방문 일정과 면담 스케줄로 매우 바쁘다는 것이다.

워싱턴·도쿄·베이징·파리=이상일·김동호·장세정·전진배 특파원, 서울=유철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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