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대만해협 위기의 성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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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대만해협의 위기가 날로 증폭되고 있다.곧바로 중국과 대만이 무력충돌로 번질 극한상황까지 갈 것 같진 않으나 위기발생의 정치적 배경과 중국이 선택한 「통제된 군사압력」이라는 전통적 중국 위기외교의 성격으로 미뤄볼 때 해협의 군사위기 는 「확대와소강」의 곡선을 그리며 장기화될 전망이다.
중국은 건국이후 「1개의 중국」정책을 안보와 통일정책의 기조로 삼아 대만을 정치적 실체로 인정하지 않았다.그러나 냉전이후베이징(北京)의 「1개의 중국」정책은 도전받기 시작했다.발트3국의 독립,슬로베니아와 크로아티아공화국의 유고연 방으로부터의 분리.독립및 남북한의 유엔동시가입 등은 대만내의 분리.독립을 주장해온 재야세력이나 국민당 지도자들로 하여금 대만의 국제사회재복귀를 위한 외교공세를 부추겼다.
대만의 외교적 공세에 대해 베이징 지도자들은 대만이 독립선포시 무력을 사용하겠다는 경고를 비롯,무기판매등 미국의 친대만정책 비판과 견제 그리고 대만과의 경제관계가 정치관계로 격상될 위험이 있는 개발도상국에 대한 경제원조와 기술이전 등을 통한 대만 고립화정책을 추진했다.그러나 이러한 정책은 대만의 외교적공세를 저지하는데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중국은 마침내 「통제된 군사압력」에 기초한 대만 강압전략을 실시하기에 이르렀다.강압전략의 정치적 목적은 군사력에 의한 대만의 해방에 있는 것이 아니다.제한된 군사위협을 통한 대만당국의 국제사회에의 복귀를 위한 외교적 움직임을 재고 토록 하는 정치적 메시지를 보내는데 있다.베이징당국은 군사력 시위가 곧 실시될 대만총통선거에서 리덩후이(李登輝)총통의 당락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진 않지만 사회적 혼란 조성과 경제활동교란,대만분리운동에 대한 국론분열,미국의 대만정책 재고및 중.미(中.美),중.대만간 고위급 정치회담 개최를 유도할 수 있다는 중장기 정책적 효과를 노리고 있다.
따라서 군사위협의 현시 방법도 공식발표한 기간과 지정해역내에서의 미사일 발사훈련및 해.공군 합동실탄훈련에 한정하고 있다.
이러한 군사시위는 대만과의 군사충돌 위험이 적을 뿐만 아니라 미국에 제7함대의 대만해협 파견 구실을 주지 않기 위함이다.중국이 주도권과 통제력을 항상 확보한 가운데 실시하고 다음 군사행동은 대만과 미국의 반응에 따라 결정하되 불리하다고 판단할 때는 일방적으로 종결한다.
대만당국이 당장 분리.독립을 선포하지 않는 한 중국은 대만해협 봉쇄 실시나 대만의 무력해방 같은 극단적 군사행동은 취하지않을 것이다.그러나 대만의 국제사회에 대한 외교적 공세가 거세질 때 주민희소도서의 점령이나 연안 소도서에 대 한 미사일 공격 위협및 대만해협의 부분봉쇄 선언 등 통제된 군사압력이 재개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중.대만간의 정통성 문제는 정치적 문제다.정치적 문제는 정치적으로 해결함이 마땅하다.군사력은 정치적 해결에 앞서서는 안되고 배경세력으로 남아있어야 한다.대만해협에서의 군사위기가 고조되면 될수록 중.대만간의 국내 문제는 국제문제화된 다는 점을 중국이나 대만당국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제여론은 대만해협의 평화를 원하고 있다.대만해협의 위기가 동북아 역학구조에 미칠 파장은 크리라고 본다.이 점에서 앞으로미국의 대(對)중국(대만 포함)정책은 명백한 원칙과 일관성을 가져야 할 것이다.
한국은 북한의 핵위기,특히 벼랑끝 외교를 경험한 바 있다.「위기는 다른 수단에 의한 외교의 계속이다」는 명제를 신봉하는 국가에 대처하기 위해서 한국은 위기관리를 위한 예방과 대응능력을 갖춰야 할 것이다.가장 좋은 예방전략은 북한을 비롯한 주변국가와의 평화관계가 붕괴돼 위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쌍무적.다자적 협력안보체제를 차분히 만들어나가면서 위기 대응을 위한 군사.외교력을 확충하는 일이다.
黃炳茂 국방대학원교수.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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