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책읽기>"정신분석학 입문"프로이트 지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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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멀리 더 멀리 볼수 있는 망원경을 만들자.인간은 그런 야망을이루었고 우주가 얼마나 넓고 자신이 얼마나 미세한 존재인가를 깨달았다.
프로이트는 이렇게 말했다.지구는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 태양의둘레를 도는 작은 부분이라고 말한 코페르니쿠스,인간은 동물에서진화했기에 동물적 본성을 지울 수 없다고 말한 다윈,그리고 자아는 더이상 자신의 집주인이 아니며 무의식에서 일어나는 일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고 말한 자기가 인간의 과대망상증에 모욕을 준 세 사람이라고.
이 글이 실린 『정신분석학 입문』은 61세의 프로이트가 두 해의 강의노트를 모아 펴낸 책이다.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반을 거쳐간 프로이트는 자연주의사상과 모더니즘 초기의 지적 흐름을 반영했다.인간을 자연의 일부로 보고 과학의 대상으로 분석하려했던 그는 초기에는 무의식을강조했고 후기에는 에고의 조정역할을 강조했다.
그러나 그의 공헌은 의식의 명료성을 믿던 시대에 억압된 무의식이 있음을 증명한데 있다.
사회에서 금기시돼 억압된 무의식은 완전히 사라지는게 아니라 틈틈이 의식을 뚫고 솟아오르려 한다.
꿈은 의식이 깨닫지 못하는 영역이 있다는 증거다.인간의 가장원초적이고 강렬한 소망은 무엇이었을까.오이디푸스 콤플렉스다.
원래 의대교수가 되려했던 그는 유대인 차별에 의해 정신과의사로 개업했고 수많은 임상기록과 강의노트를 남겼다.
선한 인간은 악한 인간이 현실에서 행하는 것을 꿈으로 꾼다는플라톤의 말을 증명하듯 그는 늘 인간의 선의 밑에 숨은 악의,의식 밑에 도사린 본능이 있음을 자각시키려 했다.
평생동안 나치즘의 박해를 벗어나지 못했던 그는 아마도 그들을향한 경고의 뜻으로 자신의 일을 했는지도 모른다.그러고 이런 업적은 오늘날 의식의 명료성을 믿었던 서구 근(현)대성에 대한반성을 개진하는 이론의 기틀이 된다.
인간이 하는 일이 얼마나 양면적인가를 돌아보고 단선적인 야망에 겸손을 보태는 것,이것이 프로이트를 다시 읽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경희대교수.문학평론가) 권택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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