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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4·15] 유권자에게 보내는 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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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 부산 강서구 선관위 직원들이 14일 경찰의 경호를 받으며 가덕도로 옮길 투표함을 배에 싣고 있다. [송봉근 기자]

본지는 4.15 총선을 하루 앞둔 각 정당의 사령탑으로부터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는 명분과 총선 이후의 각오를 들어보았다. 각 당 사령탑들은 본사의 요청에 의해 직접 쓴 원고를 보내왔다.

한나라 박근혜 대표
"과거 반성하고 먹고사는 문제에 黨의 모든 힘 집중"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지난 13일간의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 저와 한나라당은 하루하루 가파른 언덕길을 오르고 또 올랐습니다. 서울 여의도 벌판의 천막으로 처음 당사를 옮겼을 때 저희 마음은 한강 너머 텅 빈 하늘처럼 막막하기만 했습니다.

새로운 각오로 신발 끈을 동여매면서도 허물이 많은 저희가 국민 여러분께 무슨 말씀을 드려야할지 참담하고 두려운 심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두운 과거를 반성하고 새롭게 거듭나려는 저희의 간절한 몸짓과 호소에 조금씩 마음을 열어 주시는 국민 여러분을 보면서 크나큰 힘과 용기를 얻었습니다.

저는 이번 선거를 치르는 동안 거리에서, 시장에서 많은 분을 만났습니다. 그분들이 내미는 투박한 손을 잡으면서, 또 주름이 깊이 파인 얼굴들을 바라보면서 '이분들이 흘린 땀으로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는데 과연 우리 정치는 무엇을 해 드렸는가'라며 수없이 자문하고 자책했습니다.

그래서 다짐했습니다.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와 경제 살리기에 모든 당력을 집중하겠다고 말입니다. 국회가 대한민국 최고의 청정지역이 될 때까지 저희 내부부터 부정부패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마음가짐도 새롭게 다졌습니다.

오늘은 앞으로 4년 동안 여러분을 대변하고, 나라를 이끌어 갈 일꾼을 뽑는 날입니다. 대통령을 위해 일할 사람을 뽑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위해 일할 일꾼을 뽑는 것입니다. 좋은 정책을 가진 훌륭한 일꾼들이 국회에 많이 들어가야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만들 수 있습니다. 대통령과 정부.여당의 잘못을 견제하고 바로잡아 줄 건전하고 합리적인 야당이 설 수 있어야 나라도 바로 됩니다.

우리 역사는 말 많은 소수가 아니라 조용한 다수의 땀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말은 없지만 누구보다 나라를 사랑하는 여러분의 애국심을 보여 주실 때입니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저희는 국민 여러분의 뜻을 겸허히 받들겠습니다.

저희 한나라당은 과거를 반성하고, 이제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저희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십시오. 국민 여러분의 현명하신 선택과 사랑을 소망합니다.

민주 추미애 선대위장
"변화·희망의 정치 50년 민주세력이 책임지고 이룰 것"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선거운동 기간에 저와 민주당은 길고 긴 어둠의 터널을 지나왔습니다. 국민의 뜻을 받들어 정치를 해야 하는 사람들이 국민에게서 외면받는 게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온몸으로 절절하게 경험한 날들이었습니다. 벼랑 끝에 선 민주당이 국민에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사죄하는 일이었습니다.

금남로에서 5.18묘역까지의 3보1배는 백마디의 말보다 온몸을 던져 그동안의 잘못에 대한 용서를 구하는 과정이었습니다. 다시 출발하고자 하는 민주당의 몸짓에 따스한 손길을 내밀어 준 국민에게서 어머니 품 같은 넓은 사랑의 정치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국민 여러분. 이번 총선은 대한민국 정치의 변화와 희망을 찾아야 하는 선택의 장입니다. 과거 독재정권 하에서 대한민국을 부패로 물들인 수구 부패세력이 국회를 장악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불안정한 분열세력이 다수당이 돼 실체가 없는 독선적 개혁으로 대한민국이 갈등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한다면 그 피해는 누구에게 돌아가겠습니까. 부패한 한나라당의 파국정치와 분열적인 열린우리당의 독선정치에 나라의 운명을 맡길 수 없습니다.

반독재 민주화를 위해 주도적으로 노력한 민주당. IMF 외환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한 민주당. 남북 간의 50년냉전을 녹인 햇볕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온 민주당. 1997년 평화적 정권교체를 통해 국민의 정부를 탄생시켰고 2000년 6.15 남북 정상회담을 성사시켰으며, 2002년 정권 재창출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재확인한 민주당입니다.

저는 제2창당의 정신과 각오로 반드시 민주당을 환골탈태시켜 뉴 민주당으로 거듭나겠습니다.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국론분열, 국정분열, 반평화정치를 막아내고 어려울 때마다 국민 여러분께서 지켜주신 민주당을 평화 민주세력의 중심으로 대통합을 이뤄내겠습니다. 50년 평화 민주세력의 희망으로 민주당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민주당 후보들에게 여러분의 손을 내밀어 주십시오.

부패와 분열을 넘어 평화와 통합의 시대를 열고자 하는 국민 여러분의 소망에 반드시 보답하겠습니다. 저희 민주당에 힘을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열린우리 김근태 원내대표
"반성 않는 과거 세력 '악어의 눈물'에 현혹돼선 안돼"

국민 여러분. 17대 총선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과거 세력과 미래 세력의 대결입니다. 첨단 디지털시대에 '흑백TV'의 역할은 끝났습니다. 이제 국민이 과감히 흑백TV를 내던져야 합니다. 더 이상 과거에 연연하면 미래의 발전은 없습니다.

한국 정치는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습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합니다. 그러나 어두운 과거는 스스로 청산되지 않습니다. 새 시대의 도도한 흐름에 밀려날 뿐입니다.

국민 여러분, 과거 세력은 자신들의 역할이 끝났음을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아직도 잔명을 유지하며 자신들의 화려했던 과거로 되돌아가려고 합니다. 그들의 마지막 몸부림이 '대통령 탄핵'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등 뒤의 '민심'이라는 거대한 해일을 보지 못했습니다.

과거 세력은 '반성했으니 한번만 더 기회를 달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그들은 반성하지 않았습니다. 아니 태생이 반성을 모르는 사람들입니다. 참회 없는 '악어의 눈물'을 흘리며 국민을 현혹할 뿐입니다. 그들이 진정으로 반성했다면 대다수 국민이 반대하는 탄핵을 철회했어야 합니다. 차떼기로 강탈한 천문학적 정치자금을 어디에 어떻게 썼는지 밝혀야 합니다. 지역주의와 색깔론의 구태를 버려야 합니다.

국민 여러분, 열린우리당은 새로운 정당입니다. 미래지향의 정당입니다. 의욕의 과잉으로 국민을 불편하게 만들기도 했지만, 그래도 미래의 대안은 열린우리당뿐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소모적 정쟁을 마감하고 국정 안정을 이루기 위해서는 열린우리당이 대안입니다. 민생 경제를 책임지고 부정부패를 일소하기 위해서는 열린우리당이 책임 있는 원내 1당이 돼야 합니다.

혹자는 말합니다. 정동영 의장이 국회의원직까지 내던지고, 후보들은 삭발에 단식까지 불사하며 위기를 호소하는 것을 보고 '감성'정치라고 말합니다. 본질을 흐린다고 말합니다. 평상시의 선거라면 일리가 있는 말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닙니다. 한국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이라는 중대한 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국민이 선택하는 기호 3번은 열린우리당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미래를 선택하는 것입니다.

민노당 권영길 대표
"병원비 시름… 과외비 걱정… 이젠 끝낼 때"

국민 여러분. 이제 선택의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저희 민주노동당은 창당 4년 만에 5만명이 넘는 진성 당원을 확보하고, 이제 국회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그동안 민주노동당은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이 제대로 대접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습니다. 이번 총선에서도 부유세 도입, 무상의료.무상교육 실시 등의 정책공약을 제시해 많은 호응을 받았습니다.

민주노동당이 이번에 국회에 진출하면 열린우리당.한나라당과 더불어 국정 운영의 주요한 축이 될 것입니다.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의 민생 파탄 및 실정을 비판하고 견제하는 진보 야당이 될 것입니다. 부패.무능한 차떼기 야당인 한나라당이 아니라 도덕적으로도 깨끗하고 내용적으로도 서민을 위하는 진짜 진보 야당인 민주노동당이 힘을 가질 때 행복은 국민 여러분께 더욱 가까이 다가갈 것입니다.

지난 50년간 기득권 보수 정당들이 정치를 독점하면서 정치판은 시커멓게 물들어 버렸고, 그에 따라 우리 국민의 마음도 까맣게 타 버렸습니다. 이번 기회에 정치판을 '확' 바꾸지 않으면 우리 자식들의 마음 또한 새까맣게 타 버릴 것입니다. 재벌 자식은 재벌이 되고 가난한 집 자식은 계속 가난한 세상, 부모님이 아프셔도 병원비 걱정이 앞서는 서글픈 세상, 비싼 과외를 시켜 주지 못해 자식들에게 늘 미안한 세상….

이제는 좀더 평등하고, 좀더 살 만한 사회로 바꿉시다. 그동안 노동자.농민.영세상인.서민들과 함께 동고동락해 왔던 민주노동당이 국회에 들어가 그 일을 해내겠습니다.

자민련 김종필 총재
"아마추어 아닌 경륜의 정당에 힘 모아주시길"

국민 여러분. 자유민주연합은 정통 보수 정당입니다. 계승해야 할 옛것을 지키고 새로움을 추구하면서 내일을 개척해 나가는 정당입니다.

자민련은 경륜의 정당입니다. 2000억달러 수출 대국의 발판인 조국 근대화를 이끈 정당입니다. 국정을 실패로 이끈 아마추어들이 모인 정당이 아닙니다.

우리는 국가의 바탕을 흔드는 친북.반미 세력에 대항할 유일한 정당입니다. 왼쪽으로 기울어져 가는 나라를 자유민주주의 체제로써 지킬 것입니다. 대북 환상을 경계합니다. 북한 핵무기가 누구를 겨냥하는지 확실히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민련은 어떤 정치 부패에도 관련되지 않은 깨끗한 정당입니다. 국민의 일시적 환심을 사고 선동하기 위한 정치적 쇼도, 포퓰리즘도 배격합니다. 우리는 60, 70대 노인에 이르기까지 모두의 조화로운 삶이 보장되는 국가사회를 지향합니다. 민주주의의 요체인 법치를 수호해 나갈 것입니다.

그리고 이 나라 모든 부패와 악의 근원인 대통령중심제를 의회민주주의와 책임정치를 하는 내각책임제로 바꾸는 데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역대 대통령들의 불행이 국민의 불행을 초래하는 일이 없도록 한계에 이른 대통령중심제를 종식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국민의 대표를 뽑아놓고 또다시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후보와 정당을 현명하게 선택해 주시기 바랍니다. 오로지 국가와 우리 후손의 내일만을 생각하는 자민련에 힘을 보태 주시기를 간절히 호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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