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후보자 홍보물 성품.경력 지나친 美化로 유권자 우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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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4.11총선 후보들이 홍보물에서 성품.경력을 지나치게 미화(美化)하거나 업적을 터무니없이 과장하고 있다.비디오.의정보고서.소개서등에서 상당수 후보들은 인격의 과대미화는 보통이고 나랏돈으로 이뤄진 지역사업도 다 자신의 공(功)인양 치장하고 있어유권자를 우롱한다는 비판이 많다.
5공 신군부의 주역중 한사람인 경북 K시 신한국당 P후보의 홍보비디오테이프 『신화를 창조한 국회의원』.「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없이 조국과 민족을 위해 신명을 바쳐온 사람」이란 요란한 자막이 지나가면 제1부 『이한몸 조국에』가 펼쳐진다.군복입은 미남모델이 군시절 후보가 지뢰밭에서 부하를 구하는 장면까지 극적으로 재현하고 있다.
비디오는 메시지 전달력이 높아 후보들은 극적미화에 애용한다.
서울에서 관료를 지낸 경북의 모 후보는 영상물에서 『농촌을 살리고 물걱정을 해결할 유일한 인물,고향사랑에 온몸을 바친 사람』으로 화려하게 분장했다.
고위경제관료를 지낸 충북의 신한국당 H후보.그는 아예 홍보물에서 「경제대통령」으로 등극했다.『욕을 먹으며 가 충북에 지원한 9천억원.』예산배정의 불균형이 문제될 수 있는데도 「고향을챙긴 실적」으로 둔갑하고 있다.총재나 중앙당이 깜짝 놀랄 얘기도 있다.『총선후 정치판의 「헤쳐 모여」가 필연이다.당은 아무소용이 없어진다.인물만 남게 된다.』 서울남부에 출마한 국민회의 L의원은 93년 재산파동때 여론의 추적을 받은 인물.그는 의정보고서에서 『탁월한 안목을 지닌,거짓과 가식을 싫어하는 사람이며 수준높은 정책제시로 국정감사장을 압도』한 것으로 돼있다.5공정권에 적극적으로 봉사했던 영남의 신한국당 K의원은 『부정.불법.비리를 과감하게 비판했다』는 새로운(?)사실을 공표했다. 과대포장에는 신인도 나선다.서울 핵심부에 공천받은 국민회의 K씨는 『국내최고의 동시통역사』라고 자평했는데 무슨 기준으로 최고인지는 밝히지 않고 있다.
***“농가부채 2兆경감” 도의원을 지내다 전국무대에 데뷔하는 전남의 K씨는 『전국에서 가장 활발한 의정활동』을 자부하고있다.비핵심장관출신인 부산의 신한국당 K씨는『국정의 핵심에 있었던 차세대 주역』으로 공언해 공무원사회를 어리둥절하게 하고 있다. 업적미화도 위험수위를 훨씬 넘었다.전남의 국민회의 K의원은 농촌출신이라는 배경으로 『농어가 부채 2조원을 경감시킨 주역』으로 포장했으며 14대 4년밖에 의정경험이 없는 경북 무소속 L의원은 『지역발전을 앞당길 4천억원의 예산을 확 보』한것으로 선전했다.
14대때 낙선했던 경남 신한국당의 K후보.『새마을호 유치,담배소비세의 지방세이양,12~13대때 1조3천억원을 지역개발에 투입』등 국가정책도 공적으로 둔갑시켰다.대개의 후보들은 그림까지 그려가며 10~30건씩 도로건설.학교설립등을 치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學位 거저 주던데요” 허위여부는 법적 다툼까지 낳고 있다.신한국당 서울 강서을 이신범(李信範)위원장은 8일 국민회의 최두환(崔斗煥)의원이 의정보고서에서 「강서구는 이렇게 변화될 것」이란 제목으로 7개공약을 내세워 선거법을 위반했다며 선관위에 배포중지를 요구했다.
학력미화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전남의 K씨는 어느 구소련연방국 대학교로부터 받은 명예정치학박사 학위증을 대문짝만하게 실었다.서울의 자민련 C후보는 잘 알려지지 않은 미국 H대학에서 철학박사학위를 받은 것으로 적었는데 『강의를 들은 적은 없고 저서를 보냈더니 학위를 주더라』고 아리송하게 설명했다.홍보물에 대한 검증제도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신화창조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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